“지금은 팬데믹 휴지기, 코로나19 경험 살려 ‘과학자 연합군’ 육성해야”

김명지 기자 2023. 8. 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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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과 KIST 업무협약
‘과학적 근거 기반 팬데믹 대응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코로나19로 구축한 네트워크, 유지해야”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과학적 근거 기반 팬데믹 대비·대응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김명지 기자

김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은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지난 2013년 감염병 확산과 관련한 수학적 모델링(예측모형화) 연구를 시작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독감)이 한창이던 그 당시 감염 예측 과제를 제출하면 ‘이렇게 위중한 시기에 계산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 김 선임연구원은 2022년 KIST인 대상을 받았다. 감염병 대응의 과학적 모델링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 코로나19 대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질병관리청과 KIST가 1일 서울 종로구에서 개최한 ‘과학적 근거 기반 팬데믹 대응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김상경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단장이 감염병 예측 모델 연구를 하는 수리 과학자들이 연구를 끌어 온 험난한 과정의 사례로 소개한 내용이다.

◇ “과학적 예측으로 감염병 마라톤 뛸 수 있어”

이날 심포지엄은 질병청과 KIST가 다음 감염병 위기 때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미국 국립보건원, 중국 저장대, 세계은행 소속 전문가들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각국 정부의 과학기반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정부와 과학계가 구축한 비상대응체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또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지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다음 팬데믹이 닥쳤을 때 정부가 빠르고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때 구축한 과학자 네트워크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양 측이 업무 협약을 맺었지만,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한 지난 2년 동안 질병청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국내 연구 기관으로부터 수학적 모델링을 통한 유행 확산 시나리오를 전달 받아 매주 공개했다.

그 당시 질병청의 시나리오 발표는 국민들이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뚫고 올 수 있는 손전등 역할을 했다.이상원 질병관리청 위기대응분석관은 “마라톤을 뛸 때 거리를 모르면서 뛰면 언제까지 뛰어야 할 지 몰라서 답답하고 지칠 수 밖에 없다”며 “수학적 모델링은 국민들이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는 하루 최대 확진자 수가 50만~70만 명을 넘어서던 지난해를 회상하며 “코로나19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염병에 대한 예측모델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의 양상은 복잡해서 더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연구팀의 예측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거치며 얻은 현장 경험 유지 발전시켜야”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코로나19로 잃은 것도 많지만 과학계와 의학계가 얻은 교훈도 크다고 말했다. 다음 감염병이라는 위기가 왔을 때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전우’를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코로나19 위기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이렇게 구축한 소중한 네트워크가 와해될 우려도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영국 보건안전청의 최윤홍 수석연구원은 영국 정부가 수학적 모델링으로 소아 백일해 백신 정책을 펼친 사례를 발표했고,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코로나19·인플루엔자 예측 시나리오 허브를 구축한 사례를 공유했는데, 한국과는 달리 이런 예측 모델에 상당한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조성일 서울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역학조사와 관련한 현장의 경험과 역량이 성장했다”라며 “이런 성장을 교육과 훈련과정을 통해 충분히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상적인 감염병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역학조사관들의 직무 전망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이상원 단장은 “지금을 코로나19의 끝이 아닌 인터팬테믹의 시대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엔데믹이 아니라 감염병과 감염병 그 사이의 휴지기에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시기는 과거를 발판 삼아 다음 감염병에 대응할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적기라는 뜻도 된다. 이 단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과 함께 싸우는 과학자 연합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진 KIST 원장은 “정책 최적화 계산, 역학조사 고도화, 치료제·백신 연구 등 과학기술적 해법을 제시해 감염병 대응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고, 지영미 질병청장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과학적 기술에 근거한 방역 정책을 수립하고,비상대응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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