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커피값 인하···꿈틀대는 물가인상 분위기 누를까

송주희 기자 2023. 8. 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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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원두값 안정에 9월부터 커피가격 인하
원두가격 변동에 가격 내리는것 업계 처음
GS25 용량 키워 100㎖당 가격 30%저렴
정부 물가안정 압박·과도 인상 여론 악화속
업계 타 업체·품목 분위기 옮겨갈지 주목돼
[서울경제]

전방위적인 생활 물가 상승이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업계가 원두 국제 시세 안정화에 맞춰 커피 가격을 자발적으로 인하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가 식품업계에 거듭 물가 상승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과도한 식료품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은 터라 이번 결정이 다른 품목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9월부터 자사 브랜드인 ‘겟(get)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엑스라지(XL) 사이즈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 인하한다. 이는 편의점 업계 동일 용량 기준 최저가다. CU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최근 전국 점포에 보내 가격 변동 사실을 안내했다. 고물가 속에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가격 인상이 잇따르는 가운데 CU가 커피 가격을 낮추게 된 것은 커피의 핵심 원료인 원두 공급가가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국제 원두 가격은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줄고, 국제 운임료 상승 등이 겹쳐 지난해 초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전 세계 커피 소비의 60~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2019년 1파운드(454g) 당 1.4달러 초반에서 2021년 말 2.4달러대로 치솟았다. 지난달 31일 기준 아라비아 커피 9월 인도분 가격은 1.6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CU는 사전 매입으로 원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자체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올해 들어 두 번째 단행한 커피 가격 인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CU는 올 4월 고객 부담 완화를 위해 get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XL 가격을 2100원에서 2000원으로 한 차례 낮춘 바 있다. 이번 원두 가격 안정화에 따른 추가 인하로 올해만 총 300원, 14% 가격 인하가 단행됐다. CU 관계자는 “기존 원두 재고를 모두 소진할 수 있는 한 달의 유예 기간을 두고 9월부터 새 가격을 바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급격한 물가 인상 속에 가성비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4월 커피 가격 인하 이후 해당 상품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GS25는 ‘특대형 원두커피’를 출시하면서 용량당 가격을 낮췄다. GS25는 최근 자체 커피 브랜드 카페25의 새 메뉴로 ‘아이스아메리카노 점보’를 선보였다. 이 상품의 총 용량은 780㎖로 아이스아메리카노 라지(480㎖, 2100원) 대비 1.6배, 미디움(380㎖, 1800원)보다 훨씬 크다. 가격은 2400원으로 기존 제품과 비교해 100㎖당 가격이 30%가량 저렴하다. 이 상품은 여름철 아이스 커피 수요가 늘고, 1회 커피 음용량이 많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기획했다. GS25가 올해 상반기 커피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용량(500㎖ 이상) 커피 상품 매출이 전체 커피 매출 구성비의 71.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용량 기준 절대 금액이 내려간 데다 각종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1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사실상 가격 인하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편의점들이 발 빠르게 가격 인하·물가 안정 대응에 나서면서 다른 품목 및 업계 전반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할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식품·유통업계를 만나 물가 상승 자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일상 수요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급격한 가격 인상이 이뤄져 가계의 부담도 더욱 커졌다. 특히 원재료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가를 올렸던 업체들이 원자재가 회복 및 하락 이후에도 다른 비용을 이유로 ‘현상 유지’ 또는 ‘추가 인상’을 고수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활물가, 특히 먹는 것 중심으로 인하 압박이 워낙 세게 들어오는 상황이니 업계에서 어느 정도 신경 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커피가 주력 사업이 아닌 데다 제조·관리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편의점 특성상 다른 식품·유통사와 동일 선상에서 제품 가격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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