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우며 환경 해친 비용, 소고기 가격에 추가합니다?"...논쟁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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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2,150개 매장을 보유한 슈퍼마켓 체인 '페니'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이달 5일까지 일부 식품 가격을 '일부러' 올려 받는다.
페니는 이러한 실험이 '친환경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독일농민협회는 페니 등 대형 슈퍼마켓들이 '공정한 가격 책정'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짚으며 "농부들의 돈으로 수행하는 '그린워싱'(친환경이라고 과장하거나 거짓말하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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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9개 제품 '환경오염 비용' 부과
"친환경 접근" VS "그린워싱" 의견 갈려
고객님들께
"지난주 3.19유로(약 4,490원)였던 소시지가 이번 주엔 6.01유로(약 8,457원)로 올랐습니다.
소시지 생산·유통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됐으므로 그에 따른 비용을 가격에 포함시켰습니다.
차액 2.82유로(약 3,968원)를 기꺼이 내고 소시지를 사시겠습니까?"
독일에 2,150개 매장을 보유한 슈퍼마켓 체인 '페니'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이달 5일까지 일부 식품 가격을 '일부러' 올려 받는다. 31일 방문한 베를린의 한 매장 앞에는 "제품 값을 올렸다"고 홍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수질오염 비용, 알고 먹자"… 페니의 '실험'
페니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상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생산, 가공, 유통 등 여러 단계에서 환경이 오염되는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누구도 지불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소가 호흡과 트림으로 뿜어내는 메탄과 작물을 키울 때 뿌리는 비료와 살충제 등이 영구적 피해를 남기지만 그 비용은 제품 가격에서 빠져 있다.
페니는 뉘른베르크 공과대학 등 전문기관 도움을 받아 '진짜 가격'을 매겼다. 제품 9개를 고른 뒤 각 식품이 △기후 △수질 △토지 △건강 등 4개 분야에 얼마나 피해를 끼쳤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소시지는 3.19유로→6.01유로로 1.88배 올랐고, 치즈는 2.49유로→4.84유로로 1.94배 올랐다. 소시지 계산서에는, 기후(0.94유로), 수질(0.09유로), 토지(1.17유로), 건강(0.62유로) 등 항목별 가격 상승 요인이 적혀 있다.
페니는 이러한 실험이 '친환경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가 자신의 행위가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명확히 직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진짜 가격' 정책을 적용할 제품을 정할 때도 같은 제품군에서 유기농·비유기농 상품을 동시에 포함해 비유기농 제품이 환경에 더 나쁘다는 점을 보여줬다. 소시지의 경우 비유기농 제품은 가격이 1.88배 올랐지만, 유기농은 1.62배(3.29유로→5.36유로) 올랐다.
페니는 '진짜 가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스테판 괴르겐스 페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는 환경 비용이 식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편한 메시지'를 직시하고, 사회가 이 도전에 함께 직면해야 한다"고 독일 언론 베를리너모어겐포스트에 말했다. 페니는 제품이 안 팔릴 경우를 대비해 유통기한이 넉넉한 제품을 '진짜 가격'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차액만큼의 매출은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한다.
"생각해볼 주제" 긍정 반응 속… '그린워싱' 비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매장에서 만난 안나는 "비싼 물건에 손이 가진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며 먹는가'는 생각해볼 주제"라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유해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후속 조치'를 낼 것을 페니에 제안했다.
소비자 단체인 푸드워치는 페니의 실험을 "재미있는 마케팅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독일농민협회는 페니 등 대형 슈퍼마켓들이 '공정한 가격 책정'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짚으며 "농부들의 돈으로 수행하는 '그린워싱'(친환경이라고 과장하거나 거짓말하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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