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베케플레이션까지… 고물가의 여전한 '고통'
7월 물가상승률 2% 유지할까
석유류 하락에 안정세 전망 높아
하지만 물가 안정세 체감 힘들 듯
폭우ㆍ폭염에 농산물 가격 상승세
물가 대비 실질임금 석달째 감소
배케플레이션까지 물가 자극
올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이하 전년 동월 대비)에 머물렀다.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럼 7월엔 어땠을까. 6월에 이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기록했을까. 만약 7월에도 2%대 수준을 유지했다면, 소비자는 이를 체감하고 있을까.
시장 관계자들은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6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크게 올랐던 석유류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25.4%로 198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휘발유는 23.8%, 경유는 32.5% 떨어졌다.
국내 물가는 석유류 물가상승률에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7월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2.5% 수준에서 머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 변수➊ 폭염‧폭우 = 그럼 소비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의 둔화세를 체감할 수 있을까. 사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우선 지난 6월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상추(적) 100g은 2479원으로 한달 전(1071원)과 비교해 131.3% 올랐다.
같은 기간 시금치 100g은 928원에서 2153원으로 132.1% 올랐다. 오이(가시계통)는 10개에 9631원 하던 게 1만3788원으로 43.2% 상승했다. 애호박은 1개에 1228원에서 2177원으로 77.2% 뛰었다. 이후 찾아온 폭염도 농작물 생육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앞으로 닥칠 태풍도 변수다.
■ 변수➋ 실질임금 추이 = 실질임금 하락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둔화세를 체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7월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70만3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59만2000원)보다 3.1%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333만9000원에서 333만2000원으로 0.2% 감소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 줄어든 뒤 올해 2월 잠시 반등했던 실질임금이 다시 석달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누계 기준 월평균 실질임금도 지난해보다 1.7% 줄어든 359만800원이었다.
■ 변수➌ 휴가지 물가 = 베케플레이션도 변수다. 최근 휴가기간을 맞아 휴가 비용이 크게 오르고 있어서다. 베케플레이션은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휴가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기준 콘도 이용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올랐다. 호텔 숙박료는 11.1%, 휴양시설 이용료는 6.9% 올랐다. 외식물가지수도 110.72에서 117.81로 6.4% 상승했다.
그러자 휴가 기간에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조사업체 피앰아이가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계획 여부'를 조사한 결과, '여름 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27.0%에 불과했다. 반면 계획이 없거나(36.8%)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36.2%) 응답자는 전체의 73.0%에 달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름 휴가를 세우지 않았거나 미룬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61.9%)'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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