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까 불안" "분양대금 돌려달라"... '철근 누락' 아파트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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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철근 누락' 공공아파트 15곳의 명단을 공개한 이튿날, 해당 지역 주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당국을 향한 원망과 불신을 드러냈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쇠기둥에는 '붕괴 우려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LH 경기북부지역본부장 명의의 안내문이 붙었다.
당장은 전매 제한 기간과 실거주 의무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지만 '부실 아파트'로 낙인이 찍힌 만큼, 차후 매매에서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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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만 문제라는 정부 설명에도
"아파트 전면 재시공해야" 요구
'부실 아파트' 낙인에 재산상 손해 걱정도
"화가 많이 났죠. 국가가 건축한 공공분양 아파트인데 철근이 누락됐다는 게 진짜 믿기지가 않을 만큼 어이가 없습니다."
경기 남양주 별내 A25 지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
정부가 ‘철근 누락' 공공아파트 15곳의 명단을 공개한 이튿날, 해당 지역 주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당국을 향한 원망과 불신을 드러냈다. 내 집 마련에 어렵게 성공했는데 하루아침에 재난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는 것. ‘부실 아파트’ 꼬리표가 붙어 금전적 손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지하주차장 기둥만 문제라는 정부 주장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운 만큼, 아파트 전체를 재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일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 별내 A25 지구’ 아파트(380가구)에서는 부실 공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지하주차장은 1, 2층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됐지만 일부 기둥에 쇠기둥이 덧대어졌다. 주차장 기둥 302개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는데 여기서 철근 126개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쇠기둥에는 '붕괴 우려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LH 경기북부지역본부장 명의의 안내문이 붙었다.
주민들은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지난해 6월 입주한 30대 A씨는 “LH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서 뉴스를 보고 보강 방법을 알았는데, 토목 일을 하는 입장에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입주한 강모(51)씨는 기자들을 만난 뒤 철근 누락 사실을 알았다면서 “다들 시간이 지나면 ‘눈 가리고 아웅’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LH와 정부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더했다. 당장은 전매 제한 기간과 실거주 의무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지만 ‘부실 아파트’로 낙인이 찍힌 만큼, 차후 매매에서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은 “전면 계약 취소를 원하는 세대”라면서 “분양대금과 인테리어 비용까지 전부 보상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남양주 별내 A25’와 서울 강남 ‘수서역세권 A3’ 지구는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 물량이 공급된 지역이어서 아이들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날 ‘수서역세권 A3’ 아파트(597가구)에서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올해 6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절반 정도가 입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말 입주할 예정이라는 진모(38)씨는 “저를 포함해 아이를 셋씩 둔 가족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면서 “아이들 안전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예비 신랑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최모(27)씨 역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는데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다른 지역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경기 '파주 운정 A34' 지구 아파트(행복주택) 입주민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부터 부실 공사 관련 글이 속속 올라왔다. "급히 이사를 준비한 만큼, 그대로 입주하기로 했다" "입주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라는 반응부터 LH가 계약금 환불을 알려왔다는 문의까지,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대해서 LH는 "계약 일정은 연기됐으나 실제 입주가 예정보다 늦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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