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이라도 벌어야"…폐지 줍는 노인 '온열질환 비상'
【 앵커멘트 】 폭염에 밭일 하시는 노인분들만 위험한 게 아닙니다. 생계 때문에 도심을 누비며 폐지를 주워야 하는 어르신들도 불볕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데요. 윤현지 기자가 동행하며 열악한 상황을 둘러봤습니다.
【 기자 】 능숙한 손놀림으로 박스를 분해하고 폐지를 눌러 담습니다.
가득 실은 박스를 손수레에 묶어 고정하고 좁은 길목을 어렵사리 빠져나옵니다.
▶ 인터뷰 : 손금호 / 서울 옥수동 - "(너무 덥잖아요.) 별거 아냐. (그러다 쓰러지시면 어떡해요?) 이렇게 응달에서 하는데 뭐."
취재진이 2시간 동안 따라가 본 2km 남짓 골목길엔 그늘보다는 땡볕이 더 많았고, 이 시간 서울 종로구 온도는 33도였습니다.
▶ 스탠딩 : 윤현지 / 기자 - "새벽 6시부터 12시까지, 뙤약볕 아래 6시간을 돌아다니며 모은 폐지는 총 500kg, 만 오천 원입니다."
땀을 비 오듯 흘리지만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손금호 / 서울 옥수동 - "물 많이 먹기가 좀 그래. 화장실을 아무 데나 못 들어가잖아. 화장실 갑자기 가고 싶으면 어떡해."
이렇게 폐지를 줍는 건 손 씨뿐만 아닙니다.
▶ 인터뷰 : 고물상 관계자 - "많이 줄지는 않아요. 더워도 어르신들은 생계가 있어서 횟수가 두 번 올 때 한 번 오는 경우는 있어도 안 오지는 않아요."
건강수칙 준수와 휴식 권고가 비현실이긴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온열질환에 취약한 노인들을 위해 폭염 시기에라도 실내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인터뷰(☎) : 정순둘 /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온열 질환으로 어르신들이 가장 피해가 많은 것 같은데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너무 온도가 높거나 이럴 때는."
온열질환자 4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 노령층으로 집계된 가운데 폭염에도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에겐 더 힘든 여름이 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윤현지입니다. [hyunz@mbn.co.kr]
영상취재 : 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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