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를 '4대강 원복' 계기로? 환경단체·전문가들 비판
"왜 유독 한국에서만 '준설'이 신화화 됐나 통탄"
'4대강 사업' 5번 감사…매번 달라진 결과
윤석열 정부가 최근 심각했던 홍수 피해를 핑계 삼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MB식 4대강 사업을 다시 복원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되풀이되는 4대강 논란,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감사원이 전 정부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결정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낙인찍기' 감사 결과를 내놓자 환경부가 곧바로 지류·지천 대규모 준설 등 4대강식 정비방침을 내놨다"며 "준설은 임시방편일 뿐 대책이 아니고, 전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긴급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경국립대 백경오 교수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기회 삼아 환경부가 현 정권이 진행하고 싶은 4대강식 준설 대책을 내놨다"며 "문제는 준설은 땅을 깊게 파는 것으로 당장은 홍수위가 떨어져 치수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하천 특성상 다시 퇴적되기 때문에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4차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준설된 하도(하천 길)의 깊이를 분석한 결과 사업 직후인 2011년과 비교해 2016년까지 5년간 순퇴적량이 준설량 대비 금강 28.8% 영산강 26.5% 각각 증가했다.
백 교수는 "지류·하천 정비의 전 세계적 추세는 자연기반해법(NBS)인데 4대강 사업은 이와는 정반대 방식"이라며 "'국가물관리 기본계획'에도 '자연성 회복'이 포함돼있는데 이를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감사원 권고에 따라 추가 데이터 확보 노력을 하지 않고 바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재심의를 요청한 것에 대한 적절성 문제도 지적됐다.
법무법인 동화 이정일 변호사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제공된 데이터를 토대로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환경부 장관이 감사원의 지적사항인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보 처리 결정 번복을 위한 취지로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물관리기본법 31조에는 수립된 계획을 변경하거나 새롭게 수립하려는 경우 반드시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한 공청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공청회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국가물관리기본법 31조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왜 유독 한국에서만 '준설'이 신화화됐는지 통탄스럽다"며 "필요하다면 최후의 수단으로서 사용하되 준설 회피 구간 설정, 하천 유역별 준설 총량제 등 생태적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17년 6월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한 뒤 2019년 2월 두 강의 5개 보 처리방안을 마련해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해체를 확정한 바 있다.
한편 감사원은 4대강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모두 5차례 감사를 실시했고, 매번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번 감사는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3월 4대강국민연합(대표 이재오)이 "금강·영산강 보 개방은 위법부당하다"며 낸 공익감사청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이뤄졌다.
앞서 지난 7월 20일 감사원은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 청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18년 11월~2019년 2월 4대강 조사·평가단이 금강·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세종보·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고,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이 "불합리한 경제성 분석 결과 탓"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보 설치 전' 자료는 보 해체 후와는 하천 형상 등 유역 조건이 다르고, '보 개방 후' 자료는 모니터링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모두 타당성과 신뢰성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대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그 범위 내에서 경제성 분석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고,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가 발표된 같은날 1시간 뒤 환경부는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이 지난 정부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며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빠른 시일 안에 댐 신설, 준설 등 과감한 하천 정비가 포함된 치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정부 때 결정된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의 재심의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보 해체 계획이 반영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도 국가물관리위 심의를 거쳐 변경하기로 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환경부 장관이 10년마다 수립하는 물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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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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