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친정 발렌시아, 인종 차별과의 전쟁은 피하더니 해바라기씨와 대혈전 선언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인종 차별에 반성 없이 지나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친정팀 발렌시아가 이번에는 경기장 내 음식물 섭취 차별(?)에 나섰다.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집단적인 인종 차별 행위로 전세계에 충격파를 전달했다.
지난 5월 발렌시아와 레알의 2022-2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발렌시아가 1-0으로 앞선 후반 23분 비니시우스가 상대로부터 파울을 얻어냈다. 페널티지역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바깥의 다른 공이 들어왔고 이를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비니시우스의 공을 차버렸다.
주심이 수비수에게 경고를 꺼낸 사이 비니시우스는 뒤에 있던 관중과 싸우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특정 관중을 가리키며 인종 차별 행위가 있었다고 소리쳤다. 레알 동료들까지 뛰어와 흥분하며 경기는 중단됐다. 어렵게 이어진 경기에서 비니시우스는 추가시간 비디오 판독(VAR)에서 퇴장 명령을 받았다.
관중의 집단적 야유에 웃으며 선수 대기실로 나가던 비니시우스는 손가락 두 개로 '2'를 만들었다. 이후 손가락을 땅으로 내리는 동작을 취했다. 2부리그로 강등을 기원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분노한 발센시아 선수들이 뛰어와 엉기면서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강등 위기에 몰렸던 발렌시아의 1-0 승리로 끝났지만, 비니시우스는 경기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인종 차별이 일상적이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내용은 더 있었다. "한때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뛰었던 이 리그는 오늘날 인종차별자들의 것이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의 대처를 보면 인종 차별을 장려하는 느낌이다. 현재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 차별국가로 인식한다. 나를 지킬 방법이 없으나 더 강하고 인종 차별에 대항해 나가겠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여기저기서 응원이 쏟아졌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비니시우스는 피해자다. 지금은 2023년이다. 더는 말만 하지 말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어떤 형태의 차별도 금지한다"라며 경악했다.
발렌시아는 적반하장이었다. 비니시우스의 입장 발표에 성명서를 통해 레알전에서 인종 차별 행위를 저지른 3명의 팬 신병을 확보했다며 적극적 조처를 약속했다. 또, 당국과 협조해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반대하고 해당 팬들의 경기장 출입은 영구 금지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경기장 전체에서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 나왔다는 주장은 분명한 거짓이다. 정보의 오류도 있었다. 우리는 발렌시아 전체를 인종차별주의자로 생각하는 것을 수용하기 어렵다. 발렌시아 팬들을 존중해달라"라며 자신들도 피해자 또는 매도되고 있음을 호소했다. 또, 안첼로티를 두고 "본인의 실수를 깨달았다면 사과하라"라며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발렌시아의 태도에 비니시우스는 다시 SNS에 자신을 향한 팬들의 인종 차별 행위 발언 영상을 올렸다. 자신을 향해 "죽어라"는 등의 발언이 담겼고 사형을 집행한 인형을 들고 있는 등의 모습들이었다. 흑인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바나나 던지기나 '원숭이'라는 표현은 자동이었다.
모국 브라질이 연대에 나섰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의 조명을 끄고 비니시우스를 '검은 예수'로 표현했다. 인종 차별 행위에 당당하게 저항하는 것에 대한 지지였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가세해 "파시즘과 인종차별이 축구장에 설 자리는 없다"라며 외쳤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인종 차별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비니시우스가 이끌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발렌시아는 반성을 몰랐다. 스페인 축구연맹이 제재금 4만 5,000유로(약 6,300만 원)에 관중석 5경기 폐쇄를 결정하자 불복했고 스포츠 행정법원이 2만 7,000유로(3,800만 유로), 3경기 폐쇄로 경감했다. 행정법원의 결정에 항소도 가능하지만, 거기까지는 너무하다 생각했는지 더 움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구단 안전과 팬 챙기기에만 더 몰두하는 발렌시아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31일(한국시간) '발렌시아가 흥미로운 결정을 했다'라고 전했다.
'흥미로운 결정'은 경기장 내 해바라기씨 판매 중단이다. 해바라기씨 껍질이 그라운드, 관중석에 떨어지고 이는 먹이를 찾는 생쥐의 출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렌시아의 홈구장 메스타야에는 생쥐가 자주 나타나 팬들이 소리를 지르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해바라기씨는 스페인에서는 중요한 간식 중 하나다. 발렌시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경기장에 가도 많이 섭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발렌시아는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기장 매점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팬들이 밖에서 경기장에 가지고 오는 것에 대해서는 막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비닐봉지나 가방 등 껍질을 담을 것들을 소지해 주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결정은 오는 6일 애스턴 빌라와의 프리 시즌 친선 경기 최종전부터 적용되고 시즌 내내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인종 차별에 불복하면서 자신의 팬들의 안전은 끔찍히 챙기는 발렌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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