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조직개편에 일대 혼란 빠진 SBS A&T 구성원들 "의욕상실"

윤유경 기자 2023. 8. 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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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영상본부 없앤 사측 일방적 조직 개편 후 한 달…구성원들 "업무 전문성 무시당해 의욕상실, 사기저하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SBS A&T 사측이 일방적으로 보도영상본부를 없애고 보도영상 조직을 방송제작본부와 통합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지 한 달, 구성원들은 전문성을 두고 분리됐던 팀이 합쳐지거나 업무를 협력했던 팀이 기계적으로 분리되는 조직개편으로 인해 현장에서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SBS A&T 사측은 6월30일 보도영상본부를 없애고, 방송제작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도영상본부 중 보도와 관련된 역할을 해왔던 세 팀과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하던 '기술영상본부'는 '방송제작본부'에 합쳐졌다. 사측은 노조와 구성원들과의 어떠한 소통도 없이 조직을 개편한 후 일방 통보했다. 보도영상본부가 사라지면서 단협에 명시된 보도영상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중간평가와 긴급평가도 대안 없이 사라졌다. 이동희 SBS A&T 사장은 개편 직후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 조직 구축”, “제작경쟁력 강화” 등을 개편 이유로 밝혔다.

보도영상본부가 없어지면서 분리돼있던 영상제작 1팀과 2팀은 '영상제작팀'으로 합쳐져 방송제작본부로 들어갔다. 본래 1팀은 스튜디오 촬영, 2팀은 야외 촬영을 맡는 등 확연한 업무 차이를 두고 일해왔었는데, 사측은 각 팀의 전문성에 대한 고려없이 '멀티플레이어 구축', '업무 효율성'을 명목으로 두 팀을 합쳐놓은 것이다. 현재 영상제작팀의 팀장은 과거 1팀의 팀장이 맡고 있다.

본래 영상2팀 소속이었던 A씨는 지난달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영상 1팀과 2팀은 업무가 분리돼있었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해왔었는데, 사측이 통합이라고 주장하니 괴리감이 있다”며 “사측은 1998년까지 두 팀이 한 부서였다고 하는데, 물리적으로는 한 공간에 있었지만 업무는 분리돼있었다. 25년동안 분리돼 운영된 건 분명 이유가 있었고, 1팀과 2팀은 전문성이 완전히 다르다. 사측에서는 '멀티플레이어 육성'이라고 말하지만 현업 부서의 정서와 업무 효율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현재 업무 변동은 전혀 없이 1, 2팀 사이에 뜻하지 않게 소모적 논쟁거리와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달 11일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SBS A&T의 일방적 조직개편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제공.

영상2팀 소속이었던 B씨도 “업무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한 사실이다. 팀이 합쳐졌으면 교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왜 통합됐는지 모르니까 말은 안해도 서로 쳐다보는 눈빛이 불편하다”며 “회사에서는 (두 팀이) 하는 일이 똑같다고 말하지만, 아예 층도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른데 어떻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나. 1팀과 2팀이 화합을 이뤄서 시너지를 내는 게 아니라 서로 불편해하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본부가 합쳐지면서 A&T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방송제작본부에 소속돼있는 상황이다. 방송제작본부장은 본래의 기술영상본부장이 맡았다. 영상취재팀 소속 C씨는 “방송제작본부의 5개 팀 중 3개 팀이 보도 관련 일을 하는데, 현 본부장은 보도 관련 업무를 해본 적 없어 아무래도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A&T가 갖는 본연의 역할과 구성원들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현업을 더 잘할 수 있게 (개편)한 게 아니라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수익 중심의 변화를 하다보니,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이 속해있는 본부를 제대로 섬세하게 운영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중계기술팀을 대형중계차와 소형중계차를 분리해 대형은 방송기술팀, 소형은 뉴스기술팀에 통합시켰다. 본래 소형차와 대형차 인력이 유동적으로 일을 협업해왔었는데, 기계적으로 팀이 나눠지면서 현장 구성원들은 인력 부족과 업무 비효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재 뉴스기술팀에는 3명, 방송기술팀에는 18명이 소속돼있다.

뉴스기술팀 소속 D씨는 “이동희 사장은 무 자르듯이 자르면 효율성이 있을 거라고 얘기하지만, 현장에서는 당장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부터 혼선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 명이 뉴스기술팀에서 중계차를 운영하라고 하는데, 교대근무이기 때문에 인원 여유가 없고 누가 대신 근무해줄 수도 없다. 중계차를 당장 출동시켜야 하는데, 단순하게 대형차와 소형차를 구분해놓고 인력을 너무 적게 배정하다보니 결국 이전처럼 (대형차 인원을) 빌려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는 대책 하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인력을 교류하는 형식은 같지만, 팀이 분리되면서 각 팀에 보고하고 팀장끼리 협의해야 하는 절차만 추가됐다. D씨는 “중계기술팀은 고정업무가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계속 일해야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순환근무를하고 있었는데, (회사는)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경직화시켜버렸다”며 “보도국에서는 한 팀에 얘기하면 됐던 걸 양쪽 두 팀에 다 얘기해야하고, 양쪽 팀장들은 협의를 보고 인력을 교류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유 업무 전문성 무시당해…의욕상실, 사기저하돼”

사측은 개편 이후 진행된 노사협의회에서 이번 조직개편이 사측의 경영권, 인사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당사자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조직개편에 회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사명감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인사권에 대해 심각하게 도전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숨어버리고, 그 어떤 문제제기에도 '경영권이므로 믿고 따라오라'는 식이니 회사와 구성원들 간 신뢰 형성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했으면 구성원들 의견을 충분히 들었어야했다”며 “사측에 대한 불신, 제작 사명감마저 떨어뜨리는 조직 개편은 누구를 위한 건지 묻고싶은데, 한 달이 지나도록 사측은 성명서처럼 회사의 입장만 두루뭉술하게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플랜과 설명이 없어 굉장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 SBS A&T 로고.

구성원들은 일방적인 조직 통폐합으로 인해 고유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B씨는 “조직이 갑자기 하나로 통폐합되면서 업무의 전문성이 모두 무시당한 기분이다. 구성원들은 업무에 대한 자긍심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에 가장 큰 상처를 받았다”며 “다들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했지?'라는 분위기다. 의욕상실에 사기가 저하됐다”고 말했다. A씨도 “우리는 우리끼리 업무를 계속해야하는데 제대로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말했다.

C씨는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이 '저널리즘적인 양심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문제'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는 우리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옳은 일을 하고있다는 명분, 사명감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직업적 가치인데 엄청난 훼손을 입었다”고 말했다. D씨도 “이동희 사장는 미래 경쟁력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미래 경쟁력을 위해 현재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건 맞는지 묻고싶다”며 “실질적으로 일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 '회사 다니기 싫다', '퇴사하고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사측의 일방적 조직 개편 직후부터 기자회견, 피켓 투쟁을 진행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등 개편 반대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사측이 일방적 조직개편은 단체협약 위반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해 노조가 재반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기존 전국언론노조 SBS A&T 지부장이 자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24일부터 SBS A&T 지부장을 뽑는 선거 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사측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두 차례 거부한 후 1일 진행된 1차 교섭은 사실상 결렬됐다. 노조는 이날 진행된 교섭에서 당사자의 동의없는 업무 변경과 임금삭감, 인력감축이 없을 것, 공정방송 최고책임자 평가를 위한 새로운 평가대상자 선정, 현장 혼선 해소를 위한 노사 협의체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합의문 작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경영권,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에 대해 응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공정방송 최고책임자에 대한 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협의 의사를 밝혔다.

정형택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1일 “사실상 사측이 협상을 거부한 것이므로 협상의 틀을 유지하는 게 유효한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미 비대위에서는 사측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선다고 결의한 바 있다. 필요한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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