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만 수억명…K-게임 다음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윤선영 2023. 8. 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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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크래프톤 제공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홍보 영상. BGMI 공식 유튜브 캡처

테크산업에 부는 인도風

최근 몇 년 사이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명분으로 빗장을 걸었다 풀기를 반복하는 중국 게임 시장의 대안으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다소 구매력이 낮고 콘텐츠에 제한은 있지만 인구수가 14억명을 넘는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6억명이 넘는 게임 인구를 두고 있는 데다 최근 경제성장이 가팔라지면서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늘어나 게임에 돈을 쓰는 이들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크래프톤, '배그 인도' 공 들이는 이유 있네

인도는 막대한 인구수에서 알 수 있듯 게임 이용자 수도 어마어마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2021년 내놓은 '인도 온라인 게임 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인도의 게임 이용자는 6억2200만명이 넘는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KPMG는 인도 게임 시장 규모를 오는 2025년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크래프톤이 선전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로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1년 7월 인도에 BGMI를 출시한 뒤 1년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억명을 돌파하고 현지 앱 매출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 역사상 최초로 TV를 통해 생중계된 e스포츠 종목이기도 하다. 당시 동시 시청자 수 2400만명, 전체 시청자 수 2억명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인도에 독립법인을 둘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 e스포츠,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웹소설 플랫폼, 소셜 플랫폼, 게임 개발사,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장르의 현지 디지털 콘텐츠 기업에 투자도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크래프톤이 인도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쏟아부은 누적 투자금액은 1700억원(약 1억3000만 달러·공동투자분포함)에 달한다. 이는 인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투자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센서타워 조사 결과 크래프톤이 BGMI 서비스를 재개한 지난 5월 29일 이후 한 달 동안 거둔 누적 매출액은 약 920만 달러(약 119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오위즈와 한빛소프트도 인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네오위즈는 블록체인 자회사인 인텔라X를 앞세워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 웹3 탈중앙화 조직 인디지지와 웹3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인텔라 X' 생태계 확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인디지지는 인도 최초 블록체인 탈중앙화 게임 길드다. 양사는 파트너십을 계기로 약 5억명의 인도 게이머를 중심으로 글로벌 웹3 시장에서 공조하기로 했다. 한빛소프트는 지난해 모바일 리듬댄스게임 '클럽오디션'을 알파·베타 테스트를 거쳐 인도 시장에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11월 인도 게임 스타트업 투자 파트너 확보를 위해 인도 벤처캐피탈(VC) 루미카이가 운용하는 펀드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현지화 전략으로 꾸준히 문 두드려야"

인도 게임 시장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크래프톤의 BGMI는 지난해 7월 인도 현지 앱 마켓에서 한시적 차단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인도 정부는 BGMI를 차단한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견제가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인도 정부는 2020년 9월에도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격화하자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차단했다. 이 게임을 크래프톤과 중국 텐센트가 공동 배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크래프톤은 텐센트에서 사업권을 넘겨받아 BGMI를 출시했다. 인도 정부가 BGMI를 차단한 배경이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가 현지에서 텐센트와 얽힌 역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두 번이나 퇴출된 셈이다. 다만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IP는 서비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도 꾸준히 인도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계급사회인데다가 종교적 이슈, 수십 개의 공식 언어도 국내 게임사들이 인도 진출을 망설이는 배경 중 하나다. 콘텐츠 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고 이를 감안해 게임을 출시해도 무조건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수, 시장 잠재력 등을 봤을 때 포기하기 힘든 시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지난해 1·2월호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를 보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를 기준으로 국가별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순위 1위는 인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인도만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더하기' 사업을 통해 국내 게임의 해외 진출 마케팅, 컨설팅, 현지화 등을 뒷받침한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를 활용해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인도 게임 시장은 콘텐츠에 대한 제약이 아직 남아 있어 타 글로벌 지역과 비교했을 때 품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의 대안으로는 인도만큼 강력한 인력풀을 가진 나라가 없기에 진출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꾸준히 문을 두드려야 하며 정부도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사 등을 대상으로 현지화 작업 등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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