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아파트 주민들 “전재산 털어 입주했는데 날벼락” [밀착취재]
“정부·LH 등 믿고 입주했는데
지하주차장 무너질까 무서워”
입주 앞둔 주민들 문의 ‘빗발’
각지에서 기둥보강공사 한창
“보강 후에도 안전 철저 검증”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전국 15개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공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정부가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1일, 해당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 지역 사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보강공사를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충남 아산시 아산탕정 LH 14단지 주민들도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단지 내에서 만난 입주민 장모(30)씨는 “국토교통부 발표 전에도 에어컨 설치업자들이 ‘소리가 심하고 울리는 것 같다’고 하는 얘길 들었다”며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철근 보강공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궁금해하는 주민도 상당수였다.
90개 기둥에서 75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된 경기 오산시 세교2 A6 지구는 이날 기둥 보강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달 말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A6 지구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단지가 행복·임대주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이 단지의 한 입주예정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5인 가족이 중소형 평수에 입주할 예정인데 (보강공사를 한 이후에도 안전에 대한) 검증이 더 철저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가 진행 중인 경기 수원시 당수 A3 지구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400가구 규모의 분양아파트인 이곳에선 325개 기둥에서 9개의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 다른 곳에 비해 경미했고, 보강공사까지 마친 상태여서다. 다만 일부 주민은 “배신감이 든다”거나 “법적 대응에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남 양산시의 사송신도시 A2 지구 아파트 입주예정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신혼부부는 안전을 우려하며 입주를 포기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정의석 사송 A2 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1~2개월 전만해도 시공사와 시행사는 큰 문제가 없다며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했었다”면서 “조만간 시공사와 시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원인과 대책을 논의한 뒤,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되면 그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운정신도시 인터넷 커뮤니티엔 “파주에서 골프장 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버는 그룹이 운정신도시에 두 개 단지나 ‘순살아파트’를 짓거나 짓고 있다”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김주영 기자, 파주·오산·음성·아산·양산=송동근·오상도·윤교근·김정모·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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