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300조원 시장 열린다…‘자율운항 선박’ 개발 속도[미래기술25]

박순엽 2023. 8.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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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 연평균 12.6% 성장 전망
한화오션, 2024년 ‘완전 자율운항 기술’ 확보 목표
삼성重·HD현대도 자체 자율운항 솔루션 개발 집중
“정부-조선업계 간 적극 소통으로 개발 환경 조성”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자율운항 기술을 갖춘 선박을 개발하려는 글로벌 조선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이 오는 2028년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조선·해운 분야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율운항 선박 산업을 꼽고 치열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어큐트마켓리포트(Acute Market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운항 선박·기자재 시장 규모는 2021년 이후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엔 2357억달러(300조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에 최근엔 국제해사기구(IMO)도 자율운항 선박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조선업계, 연구기관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죠.

한화오션이 건조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인 단비가 해상 시험을 하고 있다.(사진=한화오션)
국내 조선업계 역시 자율운항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해 저마다의 자율운항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한화오션(042660)은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 ‘단비’(DAN-V)를 건조해 개발한 자율운항 기술을 즉시 선박에 탑재해 검증·보완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마련, 관련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높이고 있죠.

한화오션의 단비는 대형 상선을 모사해 실제 대형선과 유사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 시스템을 검증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화오션은 2022년 11월 단비에 3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탑재해 서해 제부도 인근에서 해상시험을 벌이는 등 기술 검증에 나서 성공적으로 이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선박뿐만 아니라 원격 관제 센터(ROC)도 구축해 해상에서의 열악한 통신 환경에서도 적은 용량의 데이터로 원격 관제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관제 솔루션도 마련하고 있죠. 한화오션은 오는 2024년엔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해상 테스트와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노력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중공업 연구원들이 신규 개발한 오버 헤드 디스플레이로 충돌 회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은 ‘SAS’(Samsung Autonomous Ship)라는 자체 자율운항 시스템을 개발, 2023년 7월 업계 최초로 대한민국과 남중국해를 잇는 1500킬로미터(㎞) 구간에서 자율운항 기술 검증을 벌였습니다. 선박의 정면(헤드온), 측면(크로싱) 접근 시 안전한 회피 경로를 정확히 제시하는 등 자율운항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삼성중공업은 2023년 3월 노르웨이 콩스버그와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프로젝트 협약(JDA)도 체결했습니다. 콩스버그는 선박에 탑재되는 자동화·항해 시스템과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전문 기자재업체죠.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최신 원격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해 자율운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선장과 항해사가 HD현대의 아비커스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HD현대)
아울러 HD현대(267250)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Avikus)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탑재한 대형선박으로 태평양 횡단에 성공하는 등 자율운항 솔루션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2년 8월엔 SK해운과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에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을 수주하는 등의 성과도 냈죠.

현재 아비커스는 레저 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를 개발, 전 세계 보트 시장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또 이를 토대로 2025년 부산에선 자율운항 해상택시를 띄울 예정입니다. 인공지능(AI)이 실시간 최적 항로를 파악한 뒤 자동으로 배를 움직여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물 위의 택시인 셈이죠.

업계에선 자율운항 선박이 조선업계에 이른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율운항 선박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고자 각 조선사가 R&D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죠. 기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규제·법률 손질하는 데도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조선·해운업계를 뒤바꿀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하기 위해선 국내 조선사들의 노력도 중요하나 정부와 국회 등 여러 기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해외 조선사들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기술에 알맞은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와 조선사 간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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