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관` 없으면 응찰 엄두도 못내… "60년 묵은 이권 카르텔"[LH 철근누락 사태 `일파만파`]

이미연 2023. 8.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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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20년 수주현황 분석
전관업체가 계약 독식 수준
설계·감리사 모두 LH 전직원
일각선 "터질 게 터져" 목소리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 사진 국토부

인천 검단 신축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개 현장에서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았거나 설계가 아예 잘못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공기업 전관예우가 만연한 건설업계라 이번 사고는 예견된 바와 다름없었다는 지적이다.

1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내부정보로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던 2021년 당시 LH 임직원의 유관기관 취업제한은 기존 임원에서 2급까지 확대됐다.

지난 2분기 기준 LH 임직원 수는 임원 7명, 정규직 6710명에 무기계약직 2168명까지 더하면 총 8885명에 달한다. 2020년 9683명까지 늘었다가 그나마 줄어든 수치다.

이 중 취업제한은 2급 이상까지인 426명(현원 기준) 정도인 셈이다. 이렇게 LH 임직원의 유관기관 재취업 관련 사안이 강화되는 듯한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전관예우' 관행이 만연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이를 비판하고 있다.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 LH의 '전관특혜' 때문이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앞서 2021년 경실련은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536건)과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290건)의 수주 현황을 분석해 당시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 주장에 대해 LH는 "그동안 수차례 진행된 내·외부 조사 및 감사에서 전관 의혹 관련 부정행위 처분 사례가 없었다"며 "퇴직자 유관기업 수의계약 금지, 임직원의 퇴직자 접촉 금지, 퇴직자 취업제한 확대 등 입찰·심사·계약 전 과정에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엄격하고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전관 등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한준 사장은 "LH는 대한주택공사 시절부터 60년이 된 조직이라, 살펴보니 어느 업체를 선정하든 LH 전관들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며 "얼마나 많냐, 적냐의 차이다. 검단 아파트 설계·감리사의 경우 수주에서 탈락한 업체의 LH 출신 전관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LH는 설계·감리사를 선정할 때 LH 출신 직원이 누가 있는지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고, 허위 명단을 제출하면 계약을 취소하고 향후 입찰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연초에는 이런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LH는 이한준 사장 취임 후 올해 초 '퇴직 후 고위직을 중심으로 전관예우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내용이 담은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LH를 퇴직한 감평사·법무사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또는 퇴직자 본인과는 퇴직 후 5년간 수의계약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LH 1급 이상 퇴직자가 취업한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와는 퇴직 후 1년 간 LH와 계약 자체를 제한하는데, 이는 직전 2년간 담당업무와 관련된 경우로 한정했다. 다만 이 방안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아직 적용되진 못하고 추진 중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이어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일부 단지에서 철근이 무더기로 빠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주무부처인 국토부마저 비판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지는 LH가 이권 카르텔의 온상이 된 것은 아닌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도록, LH혁신을 위한 카르텔 척결부터 시작하겠다"며 "과거부터 관행화됐던 담합, 유착 모두가 건설분야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할 이권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설분야의 이권카르텔을 척결해야, 국민이 더 안전해진다"며 "기존에 이뤄진 부실 공사는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철저한 조치를 취하고, 책임있는 모든 관계자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 등 책임에 합당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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