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유' 이병헌 "선남선녀 박서준·박보영, 배우의 예민함도 잘 갖춰"[인터뷰]③
이병헌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개봉을 앞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 여름 출격하는 한국영화 ‘빅4’의 마지막 주자로,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가 원작으로 이 작품의 2부 ‘유쾌한 이웃’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거쳐 각색됐다.
지난 1일 언론 배급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공개 이후 관객들은 물론, 평단으로부터 ‘올해의 영화’란 극찬까지 받으며 유독 호평일색이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렬한 블랙코미디로, 때로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속도감있게 변주해 몰입감과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다. 특히 작품에 쏟아지는 극찬의 중심엔 극의 주축을 이끈 이병헌의 열연이 있다. 이병헌은 황궁 아파트 주민대표가 된 ‘김영탁’이란 인물을 연기했다. 이병헌은 권력, 대표성과 거리가 먼 하층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던 한 사람이 어느날 권력을 갖게 되며 겪는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여줬다. 또 그 자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사로잡히는 집착과 광기를 소름끼치게 표현해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함께 호흡한 박보영은 선배 이병헌의 연기를 두고 ‘안구를 갈아끼운 연기’란 표현으로 존경을 드러내기도.
이병헌은 박서준, 박보영과의 작업에 대해 “두 사람과는 처음 작업이었다. 제가 연기를 워낙 오래 해서 이젠 현장에 가면 늘 함께 작업해 본 아는 배우들만 있을 것 같은데 여전히 새로운 배우들과의 호흡이 많다”며 “한 작품으로 만나기 전까진 두 사람이 선남 선녀에 귀엽고, 잘생긴 친구들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그게 아니더라. 박서준은 정말 건강하고 건실한 청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민성’ 역 박서준에 대해 “긴 시간을 봤는데 늘 건강한 웃음을 짓고 있는 친구다. 평소엔 무슨 이야기를 해도 허허허 웃는 그런 친구인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다르더라”며 “미묘한 감정들을 캐치해 연기하고 캐릭터의 변화를 나름대로 치밀히 계산해 적용한다. 배우로서의 예민함과 섬세함을 안에 간직하고 있구나 싶었다”고 칭찬했다.
같은 회사 식구이기도 한 ‘명화’ 역의 박보영에 대해선 “우리 회사 배우이지만 작품을 같이 하지 않아 볼 일이 잘 없었다”며 “이번 작품 덕분에 많이 마주쳤다. 그 전까진 박보영 배우를 떠올리면 영화 ‘과속 스캔들’ 속 연기가 가장 먼저 생각나곤 했다. 그 때의 귀엽고 예쁜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다 박보영이 ‘영탁’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리더십에 저항하는 ‘명화’ 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놀라움을 느꼈다고. 이병헌은 “저랑 맞서는 장면에선 ‘박보영이 정말 무섭다’고 느껴지더라. 박보영은 ‘선배님이 무섭잖아요’라 하는데, 그걸 듣고 ‘네가 더 무서워’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라며 “그동안 정말 많은 공부를 했구나 싶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뜻밖의 웃픈(?)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이병헌은 “나중에 촬영이 끝난 뒤 박보영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나를 ‘갈치’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하더라”며 “그만큼 앞에 있는 날 ‘하찮은, 아무 것도 아닌 사물’이라 생각하며 연기해야 기를 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그래도 ‘갈치는 좀’ 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이목을 집중시켰던 소속사 해외 워크숍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앞서 이병헌은 지난 5월 자신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의 배우 및 전 직원들이 함께 베트남 다낭으로 떠난 워크숍 비용을 전액 부담한 미담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이병헌을 비롯해 한효주, 김고은, 이진욱 등 소속 배우 20명과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 임직원 42명이 3박 4일 일정을 떠났다.
해외 워크숍은 그의 오랜 동반자인 손석우 대표가 10년 전부터 품은 오랜 꿈이었다고. 이병헌은 “손 대표랑 옛날부터 그 이야기를 했었다. 거의 10년 전부터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왔던 일”이라며 “그러다 반 년 전쯤인가 손석우 대표가 나에게 ‘이제 해볼려고’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래, 스케줄을 맞추는 것부터 일이겠다’고 대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저희가 매년 회사 송년회를 하는데 당시 배우들과 전 직원이 참석했다. 약 70명 정도가 왔는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자리를 정리하려는데 손석우 대표가 ‘큰 형님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더라’고 운을 떼더라”며 “몰랐는데 그 때 이미 내 뒤로 벽에 ‘BH 해외 워크샵’이란 단어가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그걸 보고 나도 크게 한 턱 내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털어놔 폭소를 유발했다.
당시 큰 지출의 여파로 집에서 별다른 힘든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았고 조금 힘들었다”는 위트 넘치는 답변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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