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대기줄 없이 터치 몇번에 상품 안내… AI은행원 전행 도입 머지 않았죠"
2019년 4월 은행권 첫 R&D센터 출범… 영업점 직원 업무 경감 효과
황재철 NH농협은행 디지털R&D센터장
"고객님 카드 발급 도와드리겠습니다."
NH농협은행에 들어선 고객이 대면 창구가 아닌 '인공지능(AI) 뱅커'에게로 향한다. 번호 표를 뽑고 대기줄을 기다리지 않고 간단한 터치 몇 번 만에 상품을 안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이 모바일 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 역시 뒤처질 수 없는 노릇이다.
농협은행은 NH디지털R&D센터를 통해 디지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협은행의 AI 등의 기술 활용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1일 황재철(49·사진) NH디지털R&D센터장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황 센터장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농협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팀장, 진주신평지점 지점장 등을 거쳐 올해 1월 1일 NH디지털R&D센터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종합기획부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며 디지털전환(DT) 혁신 TF 발족 및 DT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도맡았던게 계기가 돼 NH디지털R&D센터로 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NH디지털R&D센터는 지난 2019년 4월 옛 농협IT전산센터를 리뉴얼해 출범했다. 은행권 첫 R&D센터다. 약 2104㎡ 규모로, 총 5층으로 이뤄졌다. 금융권 최대 규모다. AI기획팀, AI운영팀, 오픈이노베이션팀 등 3개의 팀으로 이뤄졌으며, 총 직원 수는 16명이다. 이들은 전행 DT 추진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신기술의 트렌드를 파악 및 연구하고 해당 기술을 내무 업무 효율화와 대고객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중이다.
지난 2019년 블록체인 기반 분산 ID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사원증'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직원 얼굴 데이터를 활용한 'AI 은행원' 정이든과 이로운을 개발, 금융상품 보조설명과 카드 비대면 발급 등에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서울 양재하나로지점에서 이로운을 통한 카드 발급 안내 서비스 등을 시범 운영했다.
농촌 및 비도시 지역에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특성상 농협은행은 지역 농민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AI은행원이 탑재된 디지털데스크 등 디지털 데스크로 자동화된 금융 서비스 제공을 검토중이다. 또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는 점에 주목, AI은행원을 활용한 실시간 통역사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현재 개발된 AI 기술을 통해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 경감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테스트 중인 '생성형 AI'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디폴트옵션 관련 퇴직연금 등 간단한 상품 안내를 할 수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R&D센터에서는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라도 금융사들의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농협은행은 2019년 혁신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액설레레이팅 프로그램인 'NH디지털챌린지+'를 선보였다. 현재 7기까지 운영되고 있는 NH디지털챌린지+를 통해 158개 기업을 발굴 및 성장 지원을 해오고 있다. AI, 블록체인, 핀테크, 애그테크(농작물 생산에 첨단 기술 적용)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에게 투자 연계를 지원했다.
대표적인 협업 사례로 위치기반 인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엘핀과 개발한 '걷고 싶은 대한민국 적금'이 있다. 전국 17개의 산악형 국립공원 등을 실제 방문해 농협은행의 모바일 앱 NH올원뱅크를 통해 인증하면 인증 구역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차등 제공하는 상품이다. 30억 가량이 예치되는 등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농협은행은 그레이드헬스체인의 건강 등급 정보를 활용해 비대면 보험 심사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스타트업 육성 및 협업 강화를 위해 NH디지털챌린지+를 'NH오픈비즈니스'로 개편했다. 황 센터장은 "농협은 금융 뿐만아니라 유통 등 비금융을 아우르는 범농협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혁신 기업들과 매년 새로운 분야의 주제로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산업에 AI 도입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금융은 타 업종보다 안정성, 정확도, 신뢰성 등의 측면에서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 만큼 애로사항도 많다.
이에 농협은행은 AI 관련 서비스 개발 시 수개월에 걸쳐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후 업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황 센터장은 "올해 구축한 AI기술 허브를 활용해 생성형AI를 비롯한 다양한 AI 솔루션을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AI은행원 배치 등 대고객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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