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카고 컬트(cargo cult): 미래전망에 대한 환상 깨기
(서울=뉴스1) = 바누아투(Vanuatu)는 미크로네시아의 작은 섬들 중 하나다. 제2차 세계 대전 전까지는 고립되어 있다가 처음 원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한 것이 미국 화물 비행기였다. 그들의 눈에는 외계 신들이 시끄러운 새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음식과 물품을 섬에 내려주었다. 그리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신들이 다시 돌아와서 더 많은 물품을 떨어뜨려 달라고 기도하는 종교 숭배자들이 섬에 생겨났다. 일부 사람들은 투철한 신앙심에 정교한 목재 비행기와 비행장을 짓기도 하였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이 화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이 보기에 우스꽝스럽고 원시적인 사고라고 보이지만 많은 지성인들, 특히 우리가 석학 또는 구루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이런 오류에 쉽게 빠진다. 인간은 인과관계를 엄밀하게 분석하고 회의하는 보다 상관이 있는 것들에 근거하여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쉽다. 이런 오류를 “카고 컬트”라고 부른다. 과학의 본질적 역할은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과학자는 A가 실제 B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필자는 국회미래연구원 개원 직후 한국의 분야별 미래를 전망하는 2050 미래 시나리오 연구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모 언론사와 함께 기획기사도 낸 바 있다. 당시 기사에는 2050년을 전망하면서 AI와 로봇이 발전을 거듭한 나머지 인류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의 생각은 “과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런 결과물이 과학적인 걸까?”, 나아가 “연구기관에서 해야 할 성격의 과제였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AI나 로봇 등 과학기술이 가져올 변화나 기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역사적 과정도 잘 알고 있다. 경종으로서의 미래전망 효용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신 과학기술의 발전에 들떠 있던 나머지 기술적인 한계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떻게 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인간은 어떻게 판단하게 될지에 대해 엄밀한 고민을 하지 못한 채 암울한 전망으로 직진하는 카고 컬트에 빠진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연구원 설립 이후 기관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암울한 미래를 부각시키려 했던 건 아닌지, 화려하고 뭔가 있을 법해 보이는 전문용어들과 유명인들의 말들로 암울한 전망으로의 비약을 치장하려 한 건 아닌지도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비과학적 동기와 방법론이야말로 여러 미래전망 보고서와 글들이 정의가 빈약한 각종 신조어에 기댄 나머지 반짝하곤 곧장 사라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AI와 로봇이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냐 없냐는 전망보다는 당장 AI가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사회 윤리적 문제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해 갈지 고민하는 것이 보다 과학적인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AI의 경우, 중요한 개인정보인 건강정보를 어떻게 AI에 활용할 수 있을지,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공정성과 차별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할지, 개발자가 책임을 져야 할지, 데이터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할지 등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미래연구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학자뿐만 아니라 정책입안자들도 이러한 카고 컬트를 주의해야 한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존의 난제들을 당장 기발하게 해결해 줄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카고 컬트이다. 특히 사회적 문제는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문화, 욕심과 권력, 법적이고 사회 구조적인 요인들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도 좋지만 과학기술이 적용되고 평가되는 맥락은 사회이고 인간이다. 미래전망 연구가 더욱 과학적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연구가 탄탄해야 한다. 과학기술 시대일수록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연구가 더욱 발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데이터센터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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