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나 카이스트 나온 여자야"…학부모 '갑질'에 멍든 유치원 교사 [교사들의 이유 있는 분노②]
"나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온 여잔데, 선생님은 어디까지 배웠어요?"
경기도의 한 공립유치원 교사가 학부모와의 통화 내용을 들려줬다. 당시 임신 중이던 공립유치원 A교사는 과거 한 학부모의 계속된 괴롭힘과 신고 협박에 시달렸고 현재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채 도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 어느 날 학부모 B씨는 본인 아이를 다른 반으로 가라고 했냐며 A교사에게 계속해서 따져 물었고 A교사는 아니라고 답했다. B씨는 우리 아이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냐며 CCTV를 돌려보자고 했고 억울한 A교사는 돌려보자고 했다. 그러자 B씨는 이래서 녹음기를 붙여야 된다고 A교사에게 겁을 주면서 통화는 끝이 났다.
# 잠시 후 B씨는 다시 A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냈다. 아직 CCTV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의 말만 믿고 B씨는 갑자기 본인이 카이스트 경영대학을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A교사에게 계속 이런식이면 위험하다는 등의 협박까지 했다.
# 발표 전 날, B씨는 본인 아이가 발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A교사에게 요청했다. 다음 날 A교사는 'e알리미'를 통해 B씨에게만 아이의 사진을 보냈다. 하지만 B씨는 사진이 전체 공개로 전송된줄 알고 놀라며 A교사에게 전화를 했다. 오해가 풀렸지만 B씨는 간단하게 문자로 보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A교사는 과거에도 문자와 관련하여 B씨와 마찰이 있어 'e알리미'로 보낸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당시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A교사에게 임신 몇 개월이냐며 당신 아이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아이도 소중하기 때문에 본인과 아이가 놀라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 아이의 체험학습과 관련해서 상담 중이었다. 상담을 하던 중 A교사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문제가 있으면 유치원에 정식으로 말해야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B씨는 버럭 화를 내며 본인을 유치원에 오라고 말하는 것이 굉장히 뻔뻔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참지 못한 A교사는 더 이상 언쟁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러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사례는 그동안 유치원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사들에게 계속 있었던 일이다.
최근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사들은 "그동안 억눌려있었던 문제들이 터졌다"라며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교사의 교육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은 교사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많이 부족하다고 외치고 있고 그 안에는 특수·유치원 교사도 포함돼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8월 중으로 발표할 교권보호 종합대책에 특수·유치원 교사의 보호를 위한 '매뉴얼'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8월에 발표할 고시는 초·중등 교사가 주 대상이라며 특수·유치원 교사에 관한 내용은 고시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교권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특수·유치원 교사는 소외된 모양새이다.
전문가들은 초·중·고 교사와 마찬가지로 다른 교사들 또한 법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최근 초·중등 교사들의 교권 확보에 대한 교육부의 의지가 보인다"라며 "유치원 교사도 많은 교권침해 사례가 있으니 법적으로 함께 보호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경찬 PD kyungchan63@kyeonggi.com
김종연 PD whddusdod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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