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우울한 석화업계, '친환경 플라스틱' 게임체인저 되나
글로벌 화학사들, 화학적 재활용 투자·증설계획 속속 발표
국내 기업도 대규모 투자..이르면 내년부터 상업생산 본격화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구조적 불황에 진입했단 진단이 이어지면서 친환경 플라스틱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전 세계 화학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화학적 재활용(CR·chemical recycling) 플라스틱 생산 공장이 유럽에서 가동 예정인 가운데 국내 화학사들도 바짝 뒤를 추격하고 있다.
영국 티사이드 재활용 공장은 세계 최초 상업적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으로 연내 가동 예정이다. 다우는 무라와 손잡고 미국과 유럽내에 총 60만톤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공장 건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분해유 시설은 완공 시기가 대체로 2025년 이후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다.
화학적 재활용은 반복적 재활용이 어려운 기계적 재활용(MR·mechanical recycling)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소재나 섬유, 불순물이 섞인 폐플라스틱까지 처리할 수 있는 있는 기술로 꼽힌다. 대규모 상업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이제 건설되는 단계다. 여기에 화학처리 과정과 물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우려도 극복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화학사 가운데 가장 대규모로 화학적 재활용 시설 건설에 투자를 단행한 곳은 SK지오센트릭이다.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 울산에 전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클러스터를 완공하고 32만t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해 23만t의 생산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한단 계획이다. 프랑스 생타볼 지역에서도 수에즈, 루프사와 합작해 한화 약 6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7만t의 재활용 생산시설을 2027년까지 짓는다. 투자 규모 및 생산량 기준 국내 화학사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바이오와 생분해 플라스틱을 포함해 누적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100만t의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를 판매한단 장기 목표다. 기존 PET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을 1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의 해중합 C-rPET 생산공장으로 연내 개조해 내년부터 11만t을 생산하고, 2030년까지 34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다우와 손잡은 영국 무라는 우리나라의 LG화학과도 협력해 충남 당진에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화학업계에서는 화학적 재활용이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지만 선뜻 투자하기엔 장벽도 만만찮아서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력, 기술력, 피드(feed)의 안정적 확보 등 여러 가지 장벽으로 대단위 투자를 단행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시범적 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면서 증설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관계자는 “폐기물의 재활용과 재사용을 강조하는 유럽의 그린 딜(Green Deal)의 강성 규제화와 각국 플라스틱 규제의 강화로 재생 플라스틱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투자해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은 석유화학사들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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