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돼야 신사업 가능" 금융 CEO 70%, 네거티브 전환 촉구
■'멀티플레이 금융'이 온다 - <1> 규제에 발목잡힌 수익 다각화
수수료 등 가격정책 개입 최소화
빅테크 독과점 문제 해소 등
비이자이익 확대 위한 조치 요구
금융 빅데이터 활용·헬스케어
기업투자금융 등 유망사업 꼽아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비판 이후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마련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자 장사’의 당사자로 몰린 은행은 물론 고금리로 인한 경영 악화에 시달리던 카드사, 성장이 정체된 보험사 등 전 금융권에서 ‘비이자이익’ 확대가 화두가 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3개월이 넘는 논의 끝에 지난달 내놓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은 ‘소문난 잔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약속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당초 올해 초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50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금융사의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설문 조사에서는 이 같은 금융 당국에 대한 금융회사 CEO들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선 금융기관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금융 당국이 고려해야 할 부분을 묻자 응답자 중 34명(복수응답 가능)이 ‘금산분리 완화 범위 확대’를 꼽았다. 당국의 지지부진한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답답함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32명은 투자일임업 허용 등 ‘금융업 관련 인허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해달라는 의견과 ‘타 금융사나 핀테크와 협업이 가능하도록 업무 위탁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응답이 20명으로 동일했다. 아울러 수수료 등 ‘금융사의 가격 정책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18명이나 됐다.
한 카드사 CEO는 “빅테크가 레거시 금융과 동일 업무를 하고 있다면 빅테크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 혁신금융 인센티브 혜택 확대(15명), 마이데이터 등 고객 정보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15명),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지원 강화(13명), 기업공개 등 금융사의 고수익 사업 허가(13명) 등을 요구하는 CEO들도 적지 않았다.
설문에 참가한 금융기관 CEO 모두가 현재 자사의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 자신 회사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낮다고 평가한 CEO도 10명 중 8명이나 됐다. 하지만 현재 비이자이익 확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대답한 CEO는 35명(70%)으로 확대 필요성에 비해 실행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사 CEO는 “금융사들이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많고 가장 손쉬운 수수료 수익 확대도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 탓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으로 △금융 수수료 확대 인상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기업투자금융 강화 △자산 운용 능력 고도화 △스타트업 벤처기업 투자 확대 △가상자산 등 신금융 사업 확대 △그린파이낸싱 확대 및 수익화 △해외 리테일 금융 확대 △해외 기업투자금융 확대 △비금융 사업 진출 등 10가지를 제시하고 현재 자신의 회사가 추진하기에 적절한지를 물었다. 이 중 비금융 사업 부문 진출과 국내 기업투자금융(CIB) 강화에 대해 각각 45명의 CEO가 추진하기에 적절한 방안으로 꼽았다. 이어 주식과 채권 등 자산 운용 능력 증대에 대해서는 44명이 적절하다고 답했으며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42명이 현재 상황에서 추진할 만한 사업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인 수수료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32명만이 추진할 만하다고 꼽아 상대적으로 적었다. 현재 금융 수수료를 내리거나 없앨 것을 요구하는 국내 금융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절한 비금융사업 진출 분야로는 1~3순위로 나눠 설문을 진행했는데 1순위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분야는 ‘정보기술(IT) 및 시스템 데이터 설계·판매’ 분야(12명)였다. 수많은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디지털 전환 등의 이유로 타 산업군에 비해 IT 분야의 투자가 많았던 금융사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순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분야는 ‘헬스케어’(10명)였고 ‘지역 연계 활성화 사업’을 택한 CEO도 9명이나 됐다. 지역 연계 활성화 사업은 일본 은행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지역특산물을 판매하고 지역 상사 등을 운영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순위와 상관없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분야 역시 IT 및 시스템 데이터 설계·판매(22명)였고 그 뒤를 시니어케어(18명), 지역 연계 활성화 사업(18명), 전자상거래(16명), 헬스케어(16명), 호텔 예약 및 환전 등 여행·관광(12명) 순이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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