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더 뜨거워” 그늘 없는 ‘새만금 잼버리’ 온열환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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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청소년 4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서 1일 개막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일부 야영지는 빗물에 침수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1일 오후 찾아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에서는 외국인 청소년 수백명이 자신의 몸집만한 배낭을 메고 참가 등록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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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자들 건강 위해 대회 중단해야”
조직위 “야영장 위치 바꾸고 일정 조정하면 돼”
전세계 청소년 4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서 1일 개막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일부 야영지는 빗물에 침수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여름철에 숲그늘 하나 없는 간척지에서 대규모 야영행사를 여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니였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오후 찾아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에서는 외국인 청소년 수백명이 자신의 몸집만한 배낭을 메고 참가 등록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도착해 야영을 준비하는 참가자들이 온몸에서 비오듯 땀을 쏟아내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공식 일정은 이날부터 시작이지만 며칠 전부터 입국해 캠핑 사이트 구축을 완료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야영지 일부엔 지난주 내린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물에 젖은 땅을 흙으로 덮고 높이 15㎝ 나무받침을 놓아 텐트 설치 장소를 마련했지만 질퍽해진 땅 때문에 캠핑 사이트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무더위를 가장 힘들어했다. 폭염 경보가 발효된 전북지역은 이날 최고기온이 섭씨 33도에 달했다. 더위를 못이겨 탈수증상을 겪거나 어지럼증을 느껴 행사장 내 임시병원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21명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리스키 아난다시아는 이날 오전 언론 공동인터뷰에서 “어제 새벽 1시에 도착했는데 캠핑장이 젖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공항에서 새벽 6시까지 대기를 했다. 말레이시아보다 한국이 더 뜨거워 (행사장) 오는 길에 머리가 아파서 두 번이나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 기멧 부토스도 “프랑스보다 한국이 더 뜨겁다”고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해질녘 몰려든 날벌레떼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행사장소의 문제점은 수년 전부터 전북 시민단체들이 지적해왔다.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은 2020년 6월 “해창갯벌을 매립한 곳에 잼버리 행사장소로 조성하면 황무지에서 행사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33개 단체가 참여한 전북민중행동은 전날 “그동안 지속해서 제기된 야영지 배수문제, 폭염특보로 인한 안전문제, 곤충 발생은 해결될 수 없다.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참여자 안전과 건강을 위해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위는 일정을 일부 조정하고 야영장 위치를 변경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등으로 구성된 조직위는 물안개를 분사하는 덩굴 터널 57개, 에어컨을 가동한 전기버스 300대를 배치해 청소년들이 더위를 피할 공간을 마련했고, 텐트 받침대 10만개를 준비해 침수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장원근 조직위 홍보팀장은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침수된 곳이 있지만 넓기 때문에 텐트를 설치할 공간은 충분하다. 기온이 높은 한낮에는 내부나 수상활동을 하도록 일정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계잼버리는 1920년 영국에서 시작해 4년마다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대회다. 한국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한차례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대회는 158개국에서 온 14~17살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가해 12일까지 열린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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