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3천개…긴축종료 '뇌관'
부실 경고등 …"구조조정·경기회복 동시에 숙제로"
글로벌 긴축 기조에 맞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포인트 오르는 동안 오히려 민간 부채는 375조원 늘어 50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은 3000곳을 넘어섰다. 보통 금리가 오를 때는 부채 구조조정, 즉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발생한다. 경제 전반에 낀 거품을 빼는 기회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금리 인상기에 가계·기업 빚이 줄어들지 않았고 이런 상태에서 금리 인하 국면으로 전환하면 부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매일경제가 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발동을 걸었던 2021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가계·기업 부채는 4458조원에서 4833조원으로 8.4% 증가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2162조원)보다 2.2배 많은 빚이 민간 부문에 누적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가계와 자영업자 등을 합친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2260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부채(금융업 제외)도 2573조원까지 늘어났다. 한은은 가계부채와 고물가를 잡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17개월간 기준금리를 3.0%포인트나 숨 가쁘게 올렸다. 지난 2월 금리 동결에 나선 후 현재 기조(3.5%)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미국 통화 긴축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며 한국도 인상 종료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다만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하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차가 발생할 전망이다. 한국은 이 같은 과도기에 경기 부양과 부실 부문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실제로 1년6개월 이상 진행된 고금리 국면에도 불구하고 디레버리징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금리 상승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전 분기 대비 가계빚이 줄었던 시기는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 두 차례에 그쳤다. 그나마 평균 감축률은 0.5%에 불과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고금리 상황에도 무리해서 자산시장에 투자하려는 수요에 가계부채가 오히려 늘었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해 부실을 덮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후폭풍으로 기업 부실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재무지표가 공개된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327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인 '좀비기업'은 지난해 3017곳으로 1년 새 241곳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외감기업 열 곳 중 한 곳(12.9%)은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낼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업종 특성상 높은 부채비율을 갖고 있는 해운, 물류 관련 기업에 대해 정부와 주거래은행이 사업구조 개선, 채무 재조정 등의 선제적 구조조정 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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