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정치권 최대 뇌관, 윤 대통령은 대법원장 인사도 ‘마이웨이’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9월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을 누구로 지명하느냐가 8월 정치권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구축된 ‘김명수 대법원’에 대한 불만이 컸던 보수 진영에선 보수 성향의 사법부 수장이 나오길 바라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인사 스타일과 향후 6년간 대법관과 일부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쥘 대법원장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보수 편향적 인사를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후임 대법원장 인사를 두고 여야 대치가 한층 격화될 수도 있어 보인다.
1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9월24일 임기가 끝나는 김 대법원장의 후임을 정해 오는 8월 중하순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 김 대법원장이 2017년 8월2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1년 8월18일 등 한 달여 전에 지명된 전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김용덕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2기),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64·14기), 오석준 대법관(61·19기)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012~2017년 대법관을 지낸 김 전 대법관은 윤 대통령의 법률 멘토로 알려져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에 연루된 의혹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오래 일한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강 전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대검찰청 인권위원장을 지냈고, 검수완박이라 불린 ‘검찰 수사권 축소법’에 관한 헌법 소송에서 법무부와 검찰 측 대리인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보좌해 사법개혁을 주도했고, 2017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심판 주심을 맡아 야당 평판이 나쁘지 않다. 오 대법관은 윤 대통령과 사법고시를 같이 준비한 인연이 있다. 이 때문에 대법관이 될 때부터 역대 최장 기간인 119일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 등 야당의 견제를 받았다.
여권에선 대통령의 법조계 인맥이 두텁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추천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으로 대법원장을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법원장은 전체 법관의 인사권을 쥐고, 전원합의체 재판을 이끌며, 6년의 임기동안 대법관과 자기 몫의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중요한 자리다. 최근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처럼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더라도 보수 성향이 강한 인사를 선택하리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인 출신의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인사 스타일 상 야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앉히고 싶은 사람을 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하면 국회 인준이 안될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의 경우 2017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바른정당의 반대 당론 속에 53.7%(298명 중 160명) 찬성으로 턱걸이 인준을 받았다. 1988년 여소야대에선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찬성률 47.6%(296명 중 141명)로 부결되기도 했다. 다만 대법원장이 공석이 되면 여당보다 야당이 더 큰 비판을 받을 것이란 말도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때처럼 보수 성향이 옅고 민주당이 인준할 만 한 인물을 선택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과반 출석, 과반 찬성)를 얻어야 하는 만큼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의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칫 정기국회가 ‘대법원장 블랙홀’로 휩쓸려 법안·예산 논의나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후임 헌법재판소장 지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으로 대법원장 공백 사태의 위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대법원장이 공석이 되면 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등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임명된 선임 대법관들이 순차적으로 대법원장 대행을 맡기 때문에 좋을 것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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