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갈아타기 수요에 4대銀 가계대출 석달째 증가
'역전세난' 전세반환대출 증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지난 한 달 새 1조원 넘게 불어났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늘며 증가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 7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49조4561억원으로 전달(548조941억원)보다 1조3620억원 늘었다.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1년 말부터 매달 줄어들다 지난 5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3개월 연속 불어나고 있다. 증가폭도 6월(6240억원)보다 2.2배 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해진 것은 주담대가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17조9985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6363억원 늘었다. 전달 대비 증가폭이 5월(1조688억원), 6월(1조3626억원)에 이어 매달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신용대출 잔액은 91조2040억원으로 전달(91조3315억원)보다 1275억원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의 정책 변화도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난 원인이지만,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가 사라지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내에서 돈을 더 빌리는 차주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6개월 또는 1년의 금리 산정 주기에 따라 대출 금리가 뛴 차주들이 기존 대출에서 더 좋은 금리 조건으로 갈아타기 위한 대환대출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수도권의 주택 매수 심리가 회복된 가운데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도 주담대가 불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예상을 전제로 연 4~5%대 금리는 인내할 수 있다고 보고 주담대를 받는 분위기가 짙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달 주담대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연 4.31~4.79%였다. 지난달 평균 금리는 전달(연 4.25~4.62%)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차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4%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취급한 주담대의 88%가 연 4~4.5% 미만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올 하반기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 주담대 증가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역전세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1년간 한시적으로 전세보증금반환대출 규제를 풀어주면서 관련 대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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