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키오스크가 어렵나요?'…'디지털 안내사' 따라가 보니
이지현 기자 2023. 8. 1. 17:37
"제가 올해 나이 74예요.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도 보고 키오스크도 잘 쓰거든요? 제가 할 수 있으면 어르신들은 다 할 수 있는 거예요."(허준길·디지털 안내사)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오늘(1일).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채 관악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허준길 씨.
허 씨는 서울시의 '디지털 안내사'입니다.
디지털 안내사는 정해진 구역 내 지하철역이나 대형마트 등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키오스크 이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으로 길 찾는 방법, 택시를 부르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죠.
디지털 안내사는 서울시 동행 일자리 사업의 일환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활동하는 디지털 안내사 3기는 총 150명으로, 2인 1조로 활동합니다. 각 구마다 3팀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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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오늘(1일).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채 관악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허준길 씨.
허 씨는 서울시의 '디지털 안내사'입니다.
디지털 안내사는 정해진 구역 내 지하철역이나 대형마트 등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키오스크 이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으로 길 찾는 방법, 택시를 부르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죠.
디지털 안내사는 서울시 동행 일자리 사업의 일환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활동하는 디지털 안내사 3기는 총 150명으로, 2인 1조로 활동합니다. 각 구마다 3팀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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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키오스크 모르시면 물어보세요”…찾아다니는 디지털 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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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허준길 안내사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도림천 근처에서 만났습니다.
허 안내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닌다”면서 고령층이 보일 때마다 전단을 나눠줬습니다.
전단지에는 '스마트폰·키오스크 물어보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날 오전 허준길 안내사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도림천 근처에서 만났습니다.
허 안내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닌다”면서 고령층이 보일 때마다 전단을 나눠줬습니다.
전단지에는 '스마트폰·키오스크 물어보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한 70대 여성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자 허 안내사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에 '키오스크 교육용 앱'을 설치해줬습니다. 허 안내사는 “무료 앱이니까 집에서 연습 많이 해보시고 밖에서 키오스크 써보시라”고 권했습니다.
이 여성은 “평소 키오스크는 엄두가 안 나서 이용하지 않았다”면서 “웬만하면 직원이 있는 가게만 가게 되고, 키오스크가 있더라도 직원에게 결제를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배웠으니까 집에서 많이 해보고 키오스크도 써 봐야겠다”며 “어디서 배울 곳이 없었는데 이렇게 알게 돼서 좋다”고 했습니다.
공원을 한 바퀴 돈 뒤 향한 곳은 서울 신림역. 지하철역에서는 무인 발권기 이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을 주로 돕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우대용' 누르시고, 신분증은 얼굴 나온 쪽 말고 지문 있는 뒤쪽으로 넣어야 인식이 돼요. 1매 선택하시고 500원 넣으시면 됩니다.”(허준길 디지털 안내사의 지하철 무인 발권기 설명)
이런 식으로 디지털 안내사들은 하루에 두 번, 30분씩 지하철역 안을 돌며 기기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 사용법만 알려주는 건 아닙니다. 스마트폰 활용법도 알려주죠.
허 안내사는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으로 문자 보내고 전화 받는 것 외에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편한 기능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저희가 지도 앱이나 택시 잡는 앱 같은 건 직접 설치해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은 남에게 디지털 기기 이용법을 묻는 걸 어려워한다”며 “자식들에게 물어봐도 몇 번은 알려주지만 자주 물어보면 면박을 주니 묻기 어려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저희는 어르신들이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면서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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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저도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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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디지털 안내사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디지털 기기를 잘 다뤘던 건 아닙니다.
허준길 안내사와 2인 1조로 활동하고 있는 변광준(73) 디지털 안내사도 처음엔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겁이 났습니다.
변 안내사는 “활동 전 아들이랑 키오스크 사용법을 연습하러 갔는데 겁나서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면서 “아들이 '겁내지 말고 이것저것 눌러보라'고 한 덕분에 겨우 음식을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변 안내사는 “이제는 하나도 안 무섭다”면서 “한 번 배우고 익히고 나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어르신들에게도 한 번 배우면 어렵지 않으니 배우라고 적극 권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디지털 안내사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디지털 기기를 잘 다뤘던 건 아닙니다.
허준길 안내사와 2인 1조로 활동하고 있는 변광준(73) 디지털 안내사도 처음엔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겁이 났습니다.
변 안내사는 “활동 전 아들이랑 키오스크 사용법을 연습하러 갔는데 겁나서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면서 “아들이 '겁내지 말고 이것저것 눌러보라'고 한 덕분에 겨우 음식을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변 안내사는 “이제는 하나도 안 무섭다”면서 “한 번 배우고 익히고 나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어르신들에게도 한 번 배우면 어렵지 않으니 배우라고 적극 권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좀 더 쉽고 재밌게 디지털 기기 이용법을 배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허 안내사는 늘 자신의 노트북을 들고 활동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말로만 “사용법을 물어보라”고 하는 것보다 직접 키오스크 이용법을 보여주고 싶어서죠.
허 안내사는 “어르신들한테 가서 그냥 '키오스크 사용법 배우세요' 하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져 잘 안 배우려고 한다”면서 “노트북으로 키오스크를 직접 이용해보는 영상을 보여주면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끔은 보이스피싱 예방법 영상도 보여드리고, 경로당 같은 곳에 가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틀어드린다”며 “그렇게 해서 어른들 마음을 연 뒤 키오스크 사용법이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희도 계속 새로운 걸 배워야 하고, 배우면 금방 잊어버리니 쉽지는 않다”면서도 “배운 걸 어르신들에게 다시 알려드리고, 그분들이 좋아하면서 또 언제 오느냐고 찾을 때 가장 보람되고 기분이 좋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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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언제든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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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갔는데, 분명 한 어르신이 제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근데 정작 검사를 가장 먼저 받은 건 젊은 사람이었어요. 알고 보니 미리 핸드폰으로 예약하고 온 거예요. 그럴 때 '나이 먹으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서러워요."(권 모 씨·72)
이날 디지털 안내사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들은 권 씨가 한 말입니다.
무인점포가 늘어가고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시대. 그럴수록 디지털을 잘 모르는, 디지털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삶이 불편해집니다.
허 안내사는 "그래서 배워야 한다고 어르신들을 설득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무인점포가 늘고 있는데 몇 년만 있으면 아예 사람이 없는 가게들로 다 바뀌지 않겠냐”며 “일단 배워야 삶이 편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나이도 많고 요즘은 날씨도 더워서 힘들다”면서도 매일 노트북을 들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관악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유입니다.
"작년에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갔는데, 분명 한 어르신이 제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근데 정작 검사를 가장 먼저 받은 건 젊은 사람이었어요. 알고 보니 미리 핸드폰으로 예약하고 온 거예요. 그럴 때 '나이 먹으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서러워요."(권 모 씨·72)
이날 디지털 안내사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들은 권 씨가 한 말입니다.
무인점포가 늘어가고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시대. 그럴수록 디지털을 잘 모르는, 디지털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삶이 불편해집니다.
허 안내사는 "그래서 배워야 한다고 어르신들을 설득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무인점포가 늘고 있는데 몇 년만 있으면 아예 사람이 없는 가게들로 다 바뀌지 않겠냐”며 “일단 배워야 삶이 편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나이도 많고 요즘은 날씨도 더워서 힘들다”면서도 매일 노트북을 들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관악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유입니다.
허 안내사는 “어른들도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누렸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디지털을 다 아는 사람은 없다”면서 “겁먹지 말고 스마트폰도 가지고 놀고 키오스크 조작도 자주 해보셨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저희처럼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여쭤보셨으면 좋겠다”며 “친절하게 알려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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