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승계 막힌 알짜 중소기업에 M&A 활로 열어줘야 [사설]
연 매출 5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하면, 기업을 물려줄 때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용실적은 연간 110건(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총 76만2000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2023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과세(10%) 구간을 상향하고 업종 변경 허용 범위도 확대했지만, 높은 상속세율은 가업승계의 여전한 걸림돌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4.5%가 가업승계의 어려움으로 조세 부담을 꼽고 있다.
상속세 부담과 후계자 부재로 가업승계가 어려운 경우 유일한 선택지는 기업 매각이지만, 대기업에 비해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M&A는 쉽지 않다. 초기 단계에서 매물을 소개하고, 인수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매경미디어그룹과 중기중앙회,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M&A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는데, 중개·자문·자금 지원 등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정부도 믿을 만한 가치평가모델 구축과 자금·세제 지원 등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M&A를 지원해야 한다. M&A를 통해 가업승계 길이 막힌 알짜 기업의 활로를 열어주는 것은 기업이 쌓아온 기술을 보전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MOU 체결식에서 2007년 한국계 이민자들이 창업한 '핑크베리'가 스타벅스 창업주 하워드 슐츠 회장이 설립한 벤처캐피털에 인수된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33개 매장을 운영하던 핑크베리는 현재 20개국에 26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는데,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바로 M&A의 매력이다.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경영자 중 30.7%가 60세 이상으로, 창업 1세대가 일군 기업을 다음 세대로 승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잠재력을 가진 기업이 폐업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산업경쟁력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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