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짧은 분들이 왜 1인 1표?" 민주당 혁신위원장 제정신인가 [사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가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거세다. 이 발언은 노년층을 폄하하고 민주주의 원칙마저 무시한 것으로, 제정신에서 나온 발언인지 묻고 싶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세대 좌담회에서 "둘째 애가 중학생 시절 '왜 나이 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물었다"며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기대수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인데, 되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로 똑같이 표결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선 '1인 1표'라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의원도 1일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이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김 위원장 발언에 가세했다. 하지만 이것은 노인세대가 자신들만 생각해 투표할 것이라는 일방적 단견이자, '평등선거' 원칙을 부정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더구나 당 쇄신을 주도할 김 위원장이 정치공학적 '표 계산'에 빠져 부모와 자녀 세대를 이간질한 것은 그야말로 구태다. 오죽하면 같은 당 이상민, 조응천 의원이 "지독한 노인 폄하"라며 힐난했겠나.
민주당의 '노인 비하'는 선거 때마다 도지는 고질병이다. 2004년 3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역풍을 맞았다. 유시민 전 장관도 같은 해 11월 "50대에 접어들면 죽어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고, 2015년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르신들에게는)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없다.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가 빈축을 샀다. 하지만 아무리 청년 지지가 중요하다고 해도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를 이끈 기성세대를 모독하는 것은 패륜적 행태나 다름없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옳다. 민주당도 '현대판 고려장 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서둘러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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