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민화 노트·김홍도 소주잔···전통美 꽂힌 2030 홀렸죠"
MZ 겨냥 'K-헤리티지' 상품 기획
'모두의 풍속도'시리즈 등 인기몰이
초충도 노트·일월오봉도 에코백등
가성비·감성 모두 충족 상품 개발
전통공예에 현대적 쓰임 불어넣어
한국대표 세계적 문화상품 만들고파
한국문화재재단은 전통을 ‘힙하게’ 즐기는 ‘힙트래디션’ 유행을 이끄는 주역 중 하나다. 전통문화 상품 브랜드인 ‘K-헤리티지(Heritage)’를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옛 느낌을 갖춘 다양한 문화 상품으로 MZ세대의 시선을 성공적으로 끌고 있어서다. 일례로 조선 왕실의 밤 잔치 문화에 쓰였던 사각 유리 등을 직접 제작해보는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라든가 민화인 초충도·일월오봉도 등을 활용한 노트와 에코백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말 그대로 ‘히트’를 쳤다. 올해는 김홍도의 풍속도에서 인물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된 문화 상품 ‘모두의 풍속도’ 시리즈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테디셀러가 됐다.
한국문화재재단 상품기획팀에서 ‘K-헤리티지’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진나라(사진) 팀장을 만나 비결을 묻자 “지금 이 순간 가장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로 2030세대, 이른바 MZ”라며 “이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말은 쉽지만 성취는 어렵다. 이들은 매우 합리적인 소비자이기에 마음을 움직이려면 품질부터 매력, 가격 접근성, 심지어 의미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다 만족시켜야만 한다. 진 팀장은 “선물로 헤리티지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을 보면 복을 준다거나 호랑이가 나를 악귀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식으로 ‘기복(祈福)’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며 “품질이야 당연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스토리 측면에서도 매력을 느낄 만한 전통 상품을 발굴하고 기획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진 팀장은 2005년 입사 후 전시·기획을 줄곧 하다가 남산골 한옥마을의 복합 문화 공간 ‘한국의집’에서 처음 상품 기획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라 관광객이 발길을 끓고 매출은 바닥을 쳤다”며 “도심 속에 이렇게 멋진 공간을 놀리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까를 계속 궁리했다”고 기억했다.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은 한국의집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궁중 다과 브랜드 ‘고호재(古好齋)’다. ‘옛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집’이라는 뜻의 고호재는 한국의집 우금헌에서 꽃차 등 계절을 담은 전통차와 제철 재료로 빚은 떡·한과 등의 전통 병과로 한 상 차림을 받는 상품이다. 진 팀장은 “당시에도 건강·웰빙 열풍은 있었고 때마침 한옥 등 전통 공간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었다”면서 “예쁜 한옥 공간인 우금헌에서 조선 양반댁 규수가 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적중한 셈”이라며 웃었다.
고호재의 성공은 진 팀장이 전통 상품 기획·개발에 대한 매력과 가능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됐다. 그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20년 7월 정식 오픈을 했는데 그야말로 일주일 만에 반응이 확 왔다”며 “이 더운 여름에 젊은 친구들이 여기까지 오겠냐고 반신반의했는데 예약 시스템이 고장 난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예약이 쇄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헌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로 궁중에서 즐기던 다과가 무엇일지 등을 고민하고, 전통을 최대한 세련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젊은 도예 작가들의 소반과 그릇 등으로 상차림을 했던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 기뻤다”고 덧붙였다.
진 팀장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통 공예의 확장이다. 전통 공예에 현대적 쓰임을 불어넣는 작업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상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짜임’과 같은 전통 소목(小木) 공예 기법을 활용한 데스크 용품, 전통 매듭 기법으로 만들어진 장신구, 유기 반상기나 테이블웨어 등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경복궁·창경궁 등을 대표하는 나무와 꽃내음을 담은 향기 제품도 개발 중이다.
“관광객들이 가볍게 하나둘 가지고 돌아가는 상품도 좋지만 결국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세계적인 문화 굿즈를 만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목표를 우리 전통 공예가들과 함께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무형문화재나 젊은 공예가 선생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에 머물고 있는 우리 공예를 실생활로 불러올 수 있는 멋진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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