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래에셋·아이비네트웍스, 을지파이낸스센터 매매 '무산'
하반기 오피스시장 회복 기대…7월 경관심의 통과
'녹지생태도심'에 용적률·녹지 증가…이용가치 상승
도심권역, 강남보다 임대료 저렴…"임차인 몰릴 것"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시행사 아이비네트웍스가 서울 중구 오피스빌딩 ‘을지파이낸스센터(EFC)’ 매매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5개월 만이다.
아이비네트웍스는 고금리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수자를 다시 물색해야 한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서울 프라임오피스 투자시장이 상반기보다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서울시 정책에 맞춰 건물의 용적률과 녹지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향후 이용가치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운용·아이비네트웍스, MOU 해지 합의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아이비네트웍스는 최근 서울 중구 오피스빌딩 ‘을지파이낸스센터(EFC)’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합의 하에 해지했다.
MOU는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합의했던 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조항과 선택조항들이 있으며, 작성내용에 따라 법적 구속력도 가질 수 있다.
앞서 아이비네트웍스는 매각자문사를 세빌스코리아로 정하고 이 건물의 준공 전 매각(사전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고, 지난 4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매매금액은 3.3㎡당 4150만원으로 총 8150억원 수준이었다. 양측은 본계약을 지난 6월 말까지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공사비 증액 등 협의할 사항이 있어서 지난달 말까지 MOU 기간을 연장했다.
기존에 계획한 층수는 ‘지하 7층’이었는데 주차장 면적 확보를 위해 ‘지하 8층’으로 바꾸면서, 공사비 증액 등 양측이 협의할 사항이 남아서다.
다만 양측은 최근 MOU를 종료했다. 향후 일정 등 세부사항은 비밀유지협약(NDA)에 따라 공개하기 어려운 상태다.
하반기 오피스시장 회복 기대…7월 경관심의 통과
아이비네트웍스는 고금리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수자를 다시 물색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 1월 이후 3.5%로 유지하고 있다.
아이비네트웍스가 새로운 매수자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매매금액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올 하반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투자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프라임오피스 거래규모는 총 3조3000억원 규모로, 작년 2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또한 올해 1·2분기를 합산한 상반기 프라임오피스 투자시장 총 거래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61% 수준이다.
세빌스코리아는 “지난해 종결이 지연된 거래 및 새로 등장한 매물이 지속해서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이에 투자자들의 우량 자산 투자 검토가 활발해지는 추세로, 하반기 투자시장은 상반기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을지파이낸스센터 신축을 위한 인허가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서울시 건축물 경관심의를 통과했다. 해당 지역은 역사도심(4대문안), 중점경관관리구역에 해당해서 경관심의를 받아야 한다.
역사도심 중점경관관리구역에서는 △5층 이상 개별 건축물 △모든 층수 공동주택이 경관심의 대상이다.
‘녹지생태도심’에 용적률·녹지 증가…이용가치 상승
당초 아이비네트웍스는 지난 상반기 인허가를 마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시공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예정보다 절차가 다소 늦어졌다.
하지만 개발이 끝나면 건물의 이용가치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을지파이낸스센터가 속한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맞춰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 전략은 서울시가 부동산 개발주체에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등 건축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에 공원과 녹지를 만들어서 시민에게 제공하게끔 하는 게 골자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용적률 상승으로 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임차인들은 녹지 비율이 높아져 오피스 이용 환경이 쾌적해진다.
개방형 녹지와 연계해서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하고, 개방형 녹지 내 마련된 선큰(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은 지상부 개방형 녹지에서 지하부 입점할 근린생활시설 공간으로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사업지의 동측(수표로변)에는 공개공지와 연계한 녹지공간을 조성해서 다양한 활동의 장을 제공한다. 또한 서측(을지로9길변)과 남측(삼일대로12길변)에는 녹지와 어우러진 보행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건축설계는 희림종합건축, 도시용역은 인토엔지니어링이 수행한다.
이밖에도 건물이 속한 도심권역(CBD)은 강남권역(GBD)보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도심권역 월 평균 실질 임대료는 약 12만6600원으로 강남권역(14만8500원대)보다 낮다.
해당 건물의 재개발이 완성되면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도심권역과 강남권역을 비교하면 도심은 향후 신축 오피스 공급이 늘어날 것인데다 임대료도 저렴한 편”이라며 “반면 강남은 앞으로도 공급이 늘기 어렵기 때문에, 강남에서 원하는 규모만큼 오피스 임차를 하지 못한 회사들이 도심에 몰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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