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근 누락’ 15개 단지 설계사 중 13곳에 LH퇴직자 근무했다
업체 선정한 LH ‘설계 오류 책임론’ 부각
있어야 할 철근을 누락한 채 시공한 15개 공공주택 단지의 설계사가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들이 다니는 전관 업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이 누락된 원인이 대부분 설계 오류로 판명난 만큼 업체 선정에 대한 LH 책임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경향신문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된 15개 단지 중 13곳의 설계사가 LH 퇴직자들이 현재도 근무 중이거나 오랫동안 대표이사 및 고위급 임원으로 지낸 전관 업체였다.
특히 철근이 빠진 이유가 시공이 아닌 설계 문제로 파악된 10곳 단지 중 전관 업체는 파주운정 a34 단지 설계를 맡은 SI건축사사무소, 수원당수 단지 설계사 이어담 등 최소 8곳에 달했다.
설계업체들이 낸 오류는 크게 구조 계산 오류·계산 누락·도면 표현 누락·착공도서 누락으로 나뉜다. 계산 오류는 구조설계사가 컴퓨터에 입력한 값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구조계산 누락은 계산 자체가 빠진 것이고 도면 표현이나 착공도서에 누락된 것들은 모두 계산 값을 다른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광범위한 부실이 일어난 것은 기술력 경쟁이 일어나기 어려운 ‘전관 특혜’ 발주가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설계나 감리 등 용역 입찰이 들어가면 심의위원들에 대한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들어간다. LH 발주 공사에 LH전직 직원들이 영업을 뛰면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 업계 시각”이라고 말했다. 박문서 서울대 건축학 교수도 “기술력 중심이 되어야하는데 현재 입찰은 가격 경쟁, 로비 경쟁이 주가 된다”고 말했다.
전날 경실련은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사업 설계용역 수의계약에서 전관업체가 용역 상당부분을 가져갔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현재 설계 과정은 구조설계를 맡은 하급직 실무자가 컴퓨터를 돌려서 값을 산출하면 그 위에 상급 중간관리자, 최종적으로는 설계사무소 소장이 오류 여부를 검토해야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초기 오류를 검토 과정에서 잡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이 잦은 것은 구조설계를 포함한 설계 전체의 단가 너무 낮아서 충분한 인력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 주택 등에 적용하는 표준형 건축비 자체가 낮아 설계나 구조설계가 너무 적은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문서 교수는 “기술인에 대한 단가가 낮기 때문에 2명이 할 일을 한명이 처리하면서 부실한 업무 처리가 생길 수 있다”며 “최신 기술 발달로 전산 시스템에 너무 의지하고 있는 구조 설계 엔지니어들의 실력도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문제와 관련해 “근본 원인으로 건설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건설현장의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며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LH와 설계 등 관계사들을 고발할 방침을 밝혔다. 향후 LH 퇴직자를 영입한 회사들에 대한 강도높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LH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수차례 진행된 내·외부 조사(감사)에서 전관의혹 관련 부정행위 처분사례가 없었다”며 “2021년 LH 혁신방안,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 용역 업체를 선정할 때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는 등 전관 등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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