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만 먹으면 으악!…‘채식주의자’ 만드는 진드기 미국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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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보스턴 글로브 등은 미국에서 진드기에 물려 적색육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파갈 증후군은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적색육에 있는 당 분자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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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론스타 진드기'에 물려 발생
美서 기후변화로 관련 사례 급증
국내서 공식 보고된 적은 없어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로라는 ‘비프 칠리(토마토 소고기 수프)’를 먹다가 응급실에 실려갔다. 갑자기 호흡 곤란이 오면서 패닉에 빠진 것이다. 진단 결과, 원인은 붉은색 고기(적색육)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알파갈 증후군(Alpha-gal Syndrome)’이었다. 평소 육식을 즐겼던 터라 ‘뜻밖의 병명’에 당황한 로라에게 의료진은 “최근 진드기에 물린 적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보스턴 글로브 등은 미국에서 진드기에 물려 적색육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파갈 증후군은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적색육에 있는 당 분자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주로 ‘론스타(Lone Star) 진드기’ 등 특정 진드기에 물린 사람들에게서 발생한다. 진드기의 타액에 알파갈이 있어서 이에 물릴 경우 관련 항체가 생성된다. 이후 적색육을 먹을 때마다 우리 면역체계가 알파갈에 반응하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주요 증상은 호흡곤란·두드러기·발진·가려움증·메스꺼움·구토·속쓰림·실신 등이다.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알파갈 증후군에 대한 치료제는 없으며 진드기에 반복적으로 물리지만 않으면 통상 3~5년 사이에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알파갈 증후군 의심사례는 2010~2022년 11만건 이상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관련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CDC는 숨은 감염자를 포함해 45만명 가량이 알파갈 증후군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토마스 매더 로드아일랜드 대학교 소속 진드기 발견 리소스센터 소장은 “미국 북동부에 있는 로드아일랜드주와 매사추세츠주의 케이프 코드만 인근의 섬에서 론스타 진드기 목격 사례가 급증했다”며 “최근 4년(2019~2022년) 새 2014~2018년보다 4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진드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엔 지구 온난화와 주요 숙주인 ‘흰꼬리사슴’ 개체수 급증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론스타 진드기에 물린 모든 사람들이 알레르기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스콧 커민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의과대학의 알레르기 전문의는 “진드기에 물릴 경우 알레르기에 걸릴 정확한 확률은 알 수 없다”면서도 “실제 위험에 비해 너무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경계했다.
국내에선 론스타 진드기가 발견됐다는 공식적인 보고는 아직 없다. 하지만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치료제가 없는 만큼 야외활동을 할 때 물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CDC는 “덤불이 우거진 숲에는 진드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길 중앙으로 다니는 게 좋다”며 “집에 돌아온 뒤엔 꼼꼼히 씻고 외출복은 바로 세탁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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