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칼럼] 내부신뢰 무너진 한국
팔레스타인 단합과 대비돼
국가는 외부 침략보다는
분열로 망하는게 역사의 교훈
韓, 내부신뢰 높이기 올인해야
최근 이스라엘이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강행하자 수천 명의 예비역들이 복무를 거부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현역병이 약 17만명에 불과해 47만명에 달하는 예비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군 참모총장이나 정보기관 출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사회를 분열시켰다고 경고했다. 내분이 격화된 이스라엘과는 달리 팔레스타인에서는 대립하던 자치정부와 무장단체간 화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를 기술한 구약성경에는 왕조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 외부의 침입으로 인해 식민지가 되거나 포로로 잡혀간 경우에는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나라를 재건했다. 그러나 내분이 일어나면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버티지 못하고 나라가 망했다.
눈을 우리에게로 돌려보자.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외부에서 한국을 신뢰하는 외부신뢰다. 한국 영화나 음식이 인기를 끌고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올라갔다. 한국산 반도체나 휴대폰 등이 인정받고 있다. 한국산 무기에 대해서도 세계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둘째는 한국 내부 구성원끼리의 내부신뢰다. 이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나 서울과 지방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외부신뢰는 커지는데 내부신뢰는 저하되고 있어서 두 신뢰 간 차이가 악어의 벌린 입처럼 계속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이 깨어지기 쉬운 공동체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복원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정부나 기업의 일 처리가 법과 제도에 기반을 두고 어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의도가 선해야 하고 일 처리 과정이 투명하고 일 처리 결과가 불편부당해야 비로소 공동체의 내부신뢰가 높아진다.
정파의 이익이나 특정 리더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일 때는 분명하게 '노(No)'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은 우리 내부신뢰를 갉아먹는 이른바 '내로남불 세력'을 퇴출시키고 여야 모두에서 극단론자들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둘째, 향상된 외부신뢰가 내부신뢰를 끌어올리는 데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찬사와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과 세계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K팝과 K푸드의 성공신화를 우리 국민의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높아진 자존감과 자긍심이 자기 비하나 자학하는 세력을 몰아내고 구성원끼리의 내부신뢰를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외부신뢰와 내부신뢰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셋째, 교육의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 근래 일선 학교의 인권 관련 교육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학생의 권리를 주장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연히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하지만 국가나 공동체에 대한 권위는 존중되어야 한다. 공권력과 국가 질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과 이와 관련된 교육을 강화하는 작업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이스라엘 상황도 우리에게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동안 잘 뭉쳤다고 해도 한두 가지 사건이 계기가 되어 국론이 분열되면 적들이 뭉칠 빌미를 주게 되고 이는 국가적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선박의 바닥을 채우는 평형수는 유사시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무게중심 역할을 해준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복원력의 핵심인 내부신뢰를 높이기 위해 우리 모두가 총력을 기울일 때다.
[김대영 부국장(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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