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이권 카르텔’ 지목한 윤 대통령, 文 정부 국토부·LH 겨냥하나

유정인 기자 2023. 8. 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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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들의 지하주차장 부실 시공 문제를 두고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당 아파트들이 문재인 정부 시기 주로 지어진 점을 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했다. ‘순살 아파트’ 파동에 대한 현 정부 책임론에 미리 선을 긋는 동시에 핵심 국정 어젠다로 삼는 ‘이권 카르텔 타파’를 강조하는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현재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 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 시공, 부실 감리가 이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량판 공법이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보편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전임 정부를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공법은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천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철근으로 기둥을 강화해줘야 하는데 일부 단지들은 철근을 누락해 문제가 됐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철근을 누락한 LH 발주 아파트 15개 단지를 발표하며 이 중 5곳은 현재 입주민이 거주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건설 산업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고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한 것”이라며 “고질적인 건설 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령에 위반한 사항은 엄정한 행정 및 사법적 제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라며 “관계 기관은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권 카르텔’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을 싸잡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태양광 사업 등에 이어 건설 산업 전반까지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이권 카르텔 청산’ 작업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제 막 전수조사 착수단계인 만큼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청산 작업의 구체적인 대상 등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와 LH의 의사결정권자와 관리·감독 책임자들이 대거 조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임 정부가 서민들의 임대 아파트 주거까지 불안하게 만든 것은 이권 카르텔이 국민 개개인에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조사에 들어가면 당시 국토부 장관, LH 사장 등 책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복지 정책을 두고도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이권 카르텔’ 사업 구조조정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생계급여는 5년간 20만 원이 인상된 반면 (이번에는) 내년 한 해만 올해 대비 13.16%, 21만 3000원이 인상됐다”며 “우리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 아래 이권 카르텔 사업, 선거 매표용 선심성 포퓰리즘 사업들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분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해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는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초당적 사안인 재난 대응을 정치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바 있다.

이날 회의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휴가 전 마지막 국무회의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무 복귀 후 첫 국무회의였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장마가 끝났다고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행안부 장관이 이번 수해로 드러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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