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구독' 서비스로 국내에서 '반값' 전기차 가능할까?

김종성 2023. 8. 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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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 실증 사업 나서
배터리 교환식 구독은 한계 지적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전기차가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가격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프리미엄 차량 위주의 전략에서 볼륨, 엔트리 세그먼트 차량 등 경제형 전기차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추세다.

기아의 첫 목적기반차량(PBV) '니로 플러스' 택시 모델. [사진=기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핵심 부품이자 차값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부담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전기차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배터리 구독' 서비스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아는 배터리 구독(리스) 서비스 실증 사업에 들어갔다. 현대캐피탈과 신한EZ손해보험,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한미산업운수, 상록교통 등 금융, 법인택시업계와 손잡고 실증을 거쳐 내년 하반기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의 택시 전용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모델 '니로 플러스'에 가장 먼저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가격만을 초기 구매 시 지불하고 배터리 가격은 매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을 말한다.

기아는 단순히 배터리를 빌려 쓰고 계약 종료 후 소유권을 넘기는 기존 방식의 한계점을 뛰어넘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기아가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최근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지난달 27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전기차 시장은 기존 얼리어답터 시장에서 대중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고객 요청은 가격과 충전"이라며 "충전은 완성차(OEM) 얼라이언스 위주로 접근하고 있고, 가격 부분은 경제형 전기차(EV)가 나와서 고객 가격부담 낮추는 방식으로 내년도 신차 출시 계획, 향후 라인업 확장 계획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가 경쟁력이 바탕이 안 되면 경제형 EV로는 못 가는데, 좀 더 빠른 속도로 고객 부담을 낮추는 식으로 가겠다"며 "하드웨어 측면뿐 아니라 BasS(Battery As A Service) 같은 고객 가격 부담 큰 배터리 부분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실증사업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실제 전기차를 구매할 때 리스 형태로 배터리를 사면 구매 부담 크게 낮아진다"며 "그 부분을 고려해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증대시켜 전기차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으로, 배터리 실증사업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서 고객에게 판매 혁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EV 대중화 전략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일부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교환·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기차 이용자가 교환소에 도착하면 배터리 교체 장비가 전기차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를 떼어낸 뒤 미리 충전해 둔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기아가 실증 사업에 나서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이같은 교환식은 아니다. 배터리 잔존가치 모델을 수립해 전기차 구매자의 부담을 낮추고, 배터리 구독 중 사고나 고장이 발생해도 별도의 비용부담 없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국립중앙과학관에 설치된 현대차그룹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그러나 배터리 소유권 문제 등으로 실질적인 구독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교체 시스템 구축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배터리 교체 방식의 전기차에 대해서는 기술과 시장 여건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의 가능성과 필요성' 보고서에서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는 충전 시간, 전력부하 관리, 배터리 회수 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되나 최근 유선 충전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성과 필요성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선 충전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교환소에서 배터리 모듈이나 팩을 교환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지만,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루시드 등이 800볼트(V) 아키텍처 적용으로 유선 급속충전 속도를 크게 개선하고 있어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유선 충전은 수요가 몰리면 충전 장소의 전력 부하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교환식은 교환소에서 사전에 배터리를 충전하므로 전력 부하 관리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선 충전 역시 원격제어 기능을 적용하면 충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전력 부하 관리 능력 개선이 가능하다.

중국 등의 일부 전기차 업체에서 제공하는 배터리 교환·구독 서비스는 소비자 수용성이 높지 않은 점, 규격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제조사의 전기차 간 교환소 교차 이용이 어려운 점, 교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결합부가 손상·노후해 안전 우려가 있는 점 등도 한계로 지적됐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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