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서트럭 들락날락 레미콘 공장을 초등학교 근처에?

양평 곡수초등학교서 150m 떨어진 콘크리트 관 업체
레미콘 공장으로 업종 변경 시도…학부모들 “전학 불사”

학교에서 보이는 콘크리트 관 제조업체 모습. 오른쪽에 업체에서 만든 콘크리트 관 제품이 쌓여있다. 이승욱 기자

초등학교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있는 콘크리트 관 제조 업체가 레미콘 제조 공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려 하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1일 양평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 양평군 곡수초등학교로부터 약 150미터 떨어진 콘크리트 관 제조 업체는 레미콘 제조 공장으로 업종 변경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존 콘크리트 관을 만들던 것에서 벗어나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업종 전환과 함께 공장 규모도 현재 8045㎡에서 1만9846㎡로 1만㎡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공장에는 콘크리트를 만들 때 사용되는 플랜트 시설과 다수의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업체 쪽은 군청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과 곡수초 학부모들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업체의 업종 변경을 반대하고 나섰다. 학부모 20여명은 ‘레미콘 공장으로 변경되면 전학을 불사하겠다’고 적은 서명부도 탄원서와 함께 군청과 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 업종 변경이 되면 전교생 48명인 곡수초의 절반 가량의 학생들이 전학을 가게 돼 학교 존립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레미콘 공장이 들어설 경우 비산 먼지 등이 학교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고, 대형 화물차가 학교 주변을 지나다닐 수밖에 없어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학교 쪽도 양평교육지원청에 공장 소음, 분진, 악취가 심해질 수 있고 교통사고 발생 빈도가 늘어날 우려해 업종 변경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의 공장 증설 계획이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 승인을 받으면 양평군으로서는 업종 변경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약해진다. 이 공장은 학교로부터 200미터 이내에 있기 때문에 교육환경보호구역 중 상대보호구역에 속한다. 하지만 교육환경보호구역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금지 업종에 레미콘 제조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양평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법을 보면 레미콘 제조업 자체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산 먼지나 악취 등 배출기준이 정해져 있어 이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군에 보낸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학교운영위원회의 콘크리트 제조업 반대 입장을 첨부해 군에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체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콘크리트를 제조한다고 해서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대형 화물차의 경우 학교나 마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쪽으로 최대한 우회하면서 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