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창문도 없이 선풍기 1대로'…비닐하우스촌의 힘겨운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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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아요. 못 살겠어요."
1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일대 비닐하우스 거주자들이 모인 '꿀벌마을' 주민 노분란(86) 씨가 생수 지원에 나선 과천시 자연재난팀 공무원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고충을 털어놨다.
노 씨는 비닐하우스 안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이날 과천시 자연재난팀은 꿀벌마을 주민자치회 측에 꽁꽁 언 생수 800병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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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아요. 못 살겠어요."
1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일대 비닐하우스 거주자들이 모인 '꿀벌마을' 주민 노분란(86) 씨가 생수 지원에 나선 과천시 자연재난팀 공무원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고충을 털어놨다.
이곳에는 주거용 비닐하우스 150여동이 밀집해 있다.
주거용 비닐하우스는 대부분 무허가이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비닐하우스 거주자들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시에서도 이들을 내몰지 않고 있다.
노 씨는 1994년 살던 집이 불에 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몸이 편치 못한 아들이 유일한 가족이다.
노 씨는 비닐하우스 안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창문이 있고 없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거주자들의 생활 공간도 비슷하다.
노 씨의 집은 창문이 없다. 옷장과 냉장고 서랍, 탁자, 매트리스가 함께 있는 공간에 선풍기 1대가 삐그덕삐그덕 한숨 쉬듯 소리를 내며 돌고 있다. 선풍기 1대가 더 있지만 고장 났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은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으로 폭염 경보가 확대됐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노 씨는 바깥과 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대문을 열고선 가쁜 숨을 내쉬었다. 노 씨 뒤로 보이는 그의 아들은 윗옷을 벗고 있었다.
노 씨는 "한 달에 57만원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아들과 함께 밥 해 먹고 전기세 내는데, 살면서 이번 여름이 가장 덥고 힘든 것 같다"며 눈물 흘렸다.
인근 다른 비닐하우스 안에는 샌드위치 패널 2개가 마주 보고 있었다. 샌드위치 패널 하나당 셋으로 나눠 모두 여섯 가구가 거주한다.
입구에서 가장 먼 쪽에 사는 길성현(71) 씨의 집에는 창문이 있지만 바람이 잘 들지 않는 듯 이 더위에도 닫혀있었다.
길 씨 역시 선풍기 1대로 여름을 나고 있다.
길 씨는 "오늘만 살고 내일은 죽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산다"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날 과천시 자연재난팀은 꿀벌마을 주민자치회 측에 꽁꽁 언 생수 800병을 지원했다.
주민자치회 사무실이 있는 비닐하우스 앞에 놓인 생수들은 30여분 만에 모두 녹았다.
과천시는 꿀벌마을을 비롯해 홀몸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생수와 냉감이불, 부채, 양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승구 시 자연재난팀장은 "꿀벌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대부분 무허가 시설에 거주하고 있어서 시 차원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가능한 부분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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