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 작은 바다의 푸른빛 생명을 지키는 아쿠아리스트
■ 아쿠아리스트의 하루 들여다보기수질 관리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조를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밤사이 다치거나 죽은 생물은 없는지 둘러보고, 노폐물을 걸러주는 여과시스템을 확인한다. 아쿠아리움에서는 바다와 비슷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해수를 사용하는데, 따라서 수조를 청소하며 수질을 관리하는 것은 필수다.
먹이 손질
바다 생물에게 알맞은 먹이를 직접 다듬고 손질한다. 내장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각 개체별로 먹기 좋은 크기의 먹이를 준비한다. 어종에 따라 먹이가 다르고,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날카로운 칼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먹이 주기
잠수에 필요한 장비를 장착하고 수조 안으로 다이빙하여 바다 생물에게 먹이를 준다. 하지만 공격성이 강한 상어의 경우, 아쿠아리스트가 수조에 들어가지 않고 피딩 파이프(막대기)를 이용해 먹이를 먹게 한다. 이때 상어 주변에 다른 생물은 없는지, 누가 덜 먹었는지, 누가 많이 먹었는지 등을 파악하고 각 개체의 위치를 확인하며 골고루 먹이를 줘야 한다. 보통은 개체마다 좋아하는 먹이를 주지만,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먹이도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일지 작성
오늘 하루 바다 생물들의 움직임과 신체적인 특징 등을 사육 일지에 자세히 정리한다. 수온, 습도, 먹이 섭취량, 약물 투약여부와 같이 기본적인 정보를 꼼꼼히 적어두며 업무를 마무리한다.
■ 아쿠아리스트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지구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쿠아리스트의 원동력”
김근환 코엑스아쿠아리움 아쿠아리스트
‘바다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아쿠아리움을 유유하게 누비는 아쿠아리스트의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인어와 같다. 하지만 이 모습 뒤에는 바다 생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숨어 있다. 물속 세상을 만나기 위해 아쿠아리스트에게 직접 이 직업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아쿠아리움의 세계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요?
어릴 때부터 동물이나 곤충과 같이 살아 있는 생물을 좋아했던 저는 막연하게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고3 때 본격적으로 진로를 고민하면서 ‘해양생물학과’라는 전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공부하면서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을 자세히 알게 되고, 관심이 생겼죠. 아쿠아리움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는 있어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희귀한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아쿠아리스트의 꿈을 이루고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14년 차가 되었네요.(웃음) 지금은 우리 아쿠아리움의 메인 수조인 ‘바다왕국’을 담당하면서 바다 생물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코엑스아쿠아리움에는 14종 110여 마리, 국내 최다 상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다면 ‘바다왕국’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나요? 수조를 관리하기 위해 아쿠아리스트는 평소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쿠아리스트는 자신이 담당하는 수조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먼저 담당 수조에 어떤 어종을 전시해야 할지 선정하는데요, 수조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디자인하기도 해요. 수조 안에서 물고기들이 숨을 곳이나 휴식할 공간을 곳곳에 만드는 것 또한 아쿠아리스트의 역할이거든요. 그리고 물고기들을 위한 먹이 손질과 먹이 주기를 매일 하고 있고, 깨끗한 수질을 유지해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현재 ‘바다왕국’ 수조에는 상어와 가오리 말고도 황금빛 바탕에 검은 가로줄무늬가 나 있는 ‘골든트레바리’, 무려 3m까지도 자라날 수 있는 ‘자이언트그루퍼’ 등이 함께 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포식성이 강하고 공격적인 상어에게 쉽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어류 위주로 배치해 서로 공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다 생물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가꾸는 일인 만큼 아무래도 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방법도 남다를 것 같아요. 아쿠아리스트로 일하며 터득한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바다 생물을 최대한 자주, 많이 들여다보는 것!(웃음) 물고기들이 처음에 야생의 상태로 이곳에 오면 아쿠아리스트에게 잘 다가오지 않아요. 그럴 때는 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어떤 먹이를 좋아하는지, 나를 허락하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며 친해져요. 그래서 수조를 항상 관찰해야 해요. 같은 물고기임에도 개체마다 움직임이 다르고, 유영하는 모습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생물들 중에는 자신이 병들고 아픈 것을 티내지 않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럴 때 움직임이 평소와 다르거나, 이상하다면 아쿠아리스트가 생물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요. 아쿠아리스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시 생물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보살피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바다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역시 필요하네요. 자식처럼 생각하고, 부모처럼 돌보는 자세 또한 마찬가지로요.
제가 가장 기쁜 순간은 아픈 물고기가 건강을 되찾았을 때예요. 어느 날 수산시장에 갔다가 노란 가오리가 상처가 마구잡이로 나 있는 채로 횟집 수족관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 아이를 치료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허락을 받고 그 가오리를 우리 아쿠아리움에 데려왔죠. 횟집의 수조는 보통 수온이 굉장히 낮아서, 약 20°c 이상인 아쿠아리움 수조에 적응시키는 것부터가 힘들었어요. 갑자기 물의 온도가 달라지면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아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서 제가 주는 먹이를 먹지 않고 일주일 넘게 버티는 바람에 마음을 졸였죠. 그렇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드디어 먹이 주기에 성공하고, 치료를 진행하면서 상태를 회복하기 시작했어요. 그때가 벌써 5~6년 전이네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여기 아쿠아리움에 오면 한껏 건강해진 모습으로 힘차게 수영하고 있는 이 친구를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웃음)
아쿠아리움의 ‘멀티 플레이어’인 아쿠아리스트가 되려면 왠지 공부도 잘하고 체력도 좋아야 할 것 같아요. 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갖추면 좋을까요?
우선 해양 관련 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는 것을 추천해요. 수산, 양식, 질병관리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요, 무엇보다 해양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쿠아리스트는 아쿠아리움의 수질을 관리하기 때문에 화학적 지식을 쌓아두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여기에 더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더욱 좋겠죠? 하지만 이론적인 것보다 몸으로 부딪혀보는 경험이 훨씬 귀중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쿠아리스트 보조 아르바이트로 일하면 사육 보조와 먹이 준비, 수조 청소, 스쿠버다이빙 등 실제 업무를 간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어요.
미래의 아쿠아리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청소년기에 다큐멘터리 장르를 좋아해서 즐겨 봤던 기억이 나요. 해양생물이 나오는 작품뿐만 아니라 환경, 지구, 무인도, 심지어 음식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도 챙겨보곤 했죠. 아쿠아리움이라고 해서 꼭 바다생물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해양생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서 계곡이나 민물에 사는 여러 생물도 생김새를 익혀두고, 우리나라 먹거리를 관찰하며 수산물 중에는 과연 어떤 물고기들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보길 바라요. 지구를 사랑하고,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다면 누구나 좋은 아쿠아리스트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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