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체제 '위험 신호'..신빈곤층이 몰려온다 [한방이슈]
중국에선 최근 '신빈곤층(New Poor)'이 출현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빈곤층은 취업에 실패해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고학력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빈곤층이 시진핑 체제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칭화대 사회학자 쑨펑 교수는 당 웹사이트에 올린 논평에서 신빈곤층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신빈곤층은 오랫동안 소외, 망각, 권태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 상태가 짜증스럽고 반사회적이며 폭력적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이런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정서가 사회 불안정을 낳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청년들이 신빈곤층으로 몰린 이유,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취업이 안 되니 당연히 부모에게 의지해 살아가야 합니다.
중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그런데 이런 최악의 상황마저 중국 정부가 축소 발표했다는 정서가 지배적입니다.
베이징대 경제학자 장단단(張丹丹)은 3월 실질 실업률을 46.5%로 추정했습니다. 같은 달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수치는 20% 미만이었습니다.
취업 의지가 없는, 그러니까 노동 시장에 아예 참가하지 않는 수백만 명의 실업자를 포함하면 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에 일자리 자체가 없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일자리는 남아도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블루칼라, 즉 현장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생산직이 그런 곳입니다.
단순 판매직과 같은 서비스 직종도 있지만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입니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과 같은 블루칼라 직종과 저임금 서비스 직종에서 가장 큰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이렇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중국 취업 시장 '동상이몽'
중국은 어느 때보다 현장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많은 대졸자는 이런 직종에는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온라인 채용 회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졸업생의 4분의 1이 기술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정작 기술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는데 말입니다.
기술 분야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는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입니다. 입맛에 맞지 않는 기업들을 솎아내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취업 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는 일자리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중국 청년들은 이른바 번영의 시기에 자란 세대입니다.
중국은 강하고 서방은 쇠퇴하고 있으며 그런 만큼 무한한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중국 공산당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고임금, 고숙련, 여기에 안정성을 갖춘 화이트칼라 직업을 꿈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서입니다.
가장 최근인 올해 2분기 중국 경제 성적표는 1분기에 비해 0.8%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과중한 차입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견제로 팬데믹 이후 회복 추진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많은 기업이 대졸자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대신 부채 상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있는 정규직 취업 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조건입니다.
더구나 중국 정부의 규제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기업들의 경우 중국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작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의 고학력 청년 졸업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2천8백만 명 이상의 대졸자가 노동 시장에 진입했으며 이는 도시 노동력 공급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 보니 많은 중국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의 인구 절벽 문제는 악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청년들에겐 절망적인 상황이겠죠.
그런데 중국 정부는 구직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공장 노동에 대한 미덕을 찬양하고 졸업생들에게 일자리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고난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합니다.
'선취업 후진학' 즉 대학에 가지 말고 공장 근로자로 취업부터 하고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라는 표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직업의 자유 제한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죠.
임금이 낮다면 고용의 안정성이라도 보장되어야 할 텐데요. 그래서인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중국 대졸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사자인 젊은 청년 실직자들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분노보다는 무관심에 가깝습니다. 취업난에 지친 많은 젊은이가 구직 시장에서 아예 발을 빼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언론은 전국을 떠돌며 온갖 잡일을 하며 생활하는 '젊은 떠돌이'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는 1,160만 명.
밀물처럼 쏟아지는 중국의 고학력 청년들은 정부가 원하는 현장 노동자보다 '젊은 떠돌이'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공산당은 절대적 권력을 가지며 국민에게 부의 증가를 약속하는 엄격한 사회 계약을 통해 신흥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민주적 선거, 언론의 자유, 반정부 시위, 정치적 반대 세력 등이 없는 이유이죠.
이런 계약은 중국이 급성장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때는 유효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신냉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계약은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절대권력은 강화되지만, 중국의 미래인 젊은 세대는 정부가 약속했던 부의 증가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겠죠.
장기간의 경제 부진이 사회적 불만으로 쌓이고 쌓여 중국 공산당 자체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서방의 경고가 괜한 상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서두에 소개했던 중국 사회학자의 우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신빈곤층은 오랫동안 소외, 망각, 권태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 상태는 짜증스럽고 반사회적이며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런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정서가 사회 불안정을 낳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손민성(smis93@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조명 : YTN제작기술부
참고 기사 :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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