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 해양생태계를 수호하는 파수꾼, 국제옵서버

한겨레 2023. 8. 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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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서버(observer)’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지켜보는 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국제옵서버는 선박을 모니터링하며 바다와 해양생물의 안전을 지키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해양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드넓은 바다를 지켜보고, 지켜주는 국제옵서버의 직업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료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바다 위 정의로운 감시자들

원양어선이 공해(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고,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상에서 조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정한 몇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각지의 바다를 관리하는 국제수산기구(RFMO)의 어획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옵서버’는 다양한 해양생물을 보존하고, IUU 어업(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을 근절해 지속 가능한 어업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직업이다. 국제옵서버는 원양어선에 직접 승선하여 어선이 조업 기준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고, 조업 실태와 어획 정보를 기록해 해양생태계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국제수산기구는 옵서버 의무승선비율을 규정하고 있는데, 비율에 맞게 해당 국가나 국제수산기구에서 원양어선에 탑승할 국제옵서버를 지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부터 국제옵서버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국제옵서버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최기원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사업본부 국제협력실.자료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을 후대에 물려주는 일”

최기원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사업본부 국제협력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부터 한국수산자원공단의 국제협력실에서 국제옵서버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국내 유일의 수산자원조성·관리 전문기관으로,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어장을 관리하며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옵서버의 인력풀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우리나라가 책임 있는 조업국으로 원양어업을 지속할 수 있게 노력할 예정입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는 매년 국제옵서버를 채용하고,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좋은 국제옵서버의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국제옵서버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제옵서버는 해양경찰과 달리 사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먼 대양에서 조업활동을 하는 원양어선에 승선해 불법어업을 감시하고, 해외수역에 있는 자원의 실태를 투명하게 조사해야 하기에 그 누구보다 정직해야 하죠. 청렴도 향상을 위해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는 국제옵서버를 대상으로 매년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국제수산기구해역도.자료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국제옵서버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공해상에는 많은 선박이 치열하게 조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원양어업은 대부분 공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시·감독하는 국제옵서버가 없다면 무분별한 어획으로 인해 고통받는 해양생물이 늘어나겠죠. 선박의 IUU 어업을 예방하고, 수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 국제옵서버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국제옵서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우리는 늘 지속 가능한 어업에 대해 이야기해요. 수산자원은 우리에게 중요한 먹거리이며, 자손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배를 타고, 바다의 최전선에서 수산자원을 지키며 불법어업을 막아주는 이들이 바로 국제옵서버입니다. 지속 가능한 어업에 뜻이 있는 청소년 여러분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신각덕 국제옵서버.자료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단 한 번의 인생, 바다지킴이에 도전해보세요.”

신각덕 국제옵서버

국제옵서버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요.

승선하는 선박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8~10시간 정도 업무를 수행해요. 먼저 어종의 수치를 측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선의 투승 및 양승(올가미를 던지고 끌어올리는 것), 사용하는 어구 및 소재, 조업 시간과 방법 등 여러 가지를 파악합니다. 조업하는 동안 바닷새와 보호종 등이 나타났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또, 파도가 얼마나 치고 바람은 얼마나 불었는지도 알고 있어야 해요. 이렇게 조사를 다 끝내고 나면 선실에서 한 시간 정도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보고서에 작성된 기록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국립수산과학원에 주마다 보고하며, 자료는 국제사회에 공유되어 대상 어종의 해역별 어획 할당량을 계산하고 정하거나, 금어기 및 금어구역(고기잡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정한 기간과 구역)을 설정하고, 어획량을 추정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머나먼 바다에서 오랜 기간 배를 타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요?

국제옵서버는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등 전 세계의 대양을 누비며 활약하고 있는데요.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가서 원양선박에 승선해 활동하게 됩니다. 한 번 배를 타면 3~5개월 동안 임무를 진행하고 돌아오는데, 초반에는 뱃멀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또, 어선을 감시하는 직업이다 보니 선원들과 원만하게 지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만약 선박의 기계나 부품이 고장나면 배가 표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해요. 저 역시 보호 장비를 철저히 착용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활동 중입니다.

국제옵서버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처음으로 남극해를 조사하러 떠났을 때가 생각나네요. 어느 날은 새벽일출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해가 떠오르는 동시에 눈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전경이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국제옵서버로 활동하다 보면 평소 보지 못한 귀한 해양생물도 만날 수 있어요. 혹등고래와 바닷새를 직접 봤을 때는 자연의 웅장함, 그리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알면 알수록 국제옵서버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보여요. 미래의 국제옵서버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국제옵서버로 활동하다 보면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남들이 겪지 못하는 경험을 하면서 추억도 쌓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년이 없기 때문에 건강관리만 잘한다면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죠. 저는 항해사로 일하는 도중에 국제옵서버에 관심이 생겨 6년째 이 일을 하는 중이에요. 청소년 친구들이 끝없이 도전하고, 모험을 할수록 자신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예요. 지금 여러분에게 주어진 인생은 다음 생을 위한 리허설이 아닙니다. 국제옵서버로 가는 모험의 길에 함께해주세요.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자료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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