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내 탓이라는 형사 새로운 캐릭터라 끌렸죠"
메소드 연기의 달인,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 '형사록'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이성민이 완성한 '늙은 형사' 김택록은 힘 빠지고 외롭지만 연륜 있고 속정이 깊은 인물이다. 은퇴를 앞둔 말년, 느닷없이 동료 경찰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던 그(시즌1)는 시즌2에서 본격적으로 배후의 비리 카르텔을 밝혀낸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내몰린 사필귀정의 여정이지만, 평생 일기처럼 기록해둔 '형사록'과 노련한 촉을 무기로 정의의 편에 선다.
특히 택록은 '모든 게 내 탓'인 성정이다. 남 탓이 일상인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느라 공황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총 16부작 시즌1·2 종영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그 지점이 택록을 연기하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였다"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형사 캐릭터가 소비됐지만 택록은 역대 없었던 특이하고 새로운 캐릭터여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성민이 맡은 역할엔 유독 한 우물만 파는 이가 많다. 이른바 '마이웨이'다. 평생 강력계 일선 형사로 뛴 택록은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선 재계 1위 대기업을 일군 진양철 회장, '미생'에선 워커홀릭 오상식 과장 등을 연기했다. 이성민은 "고독하고 힘들지언정 그런 인물에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의 실제 삶에 닮은 부분이 있다면 '연기 한 우물'만 팠다는 점이다. 이성민은 "어릴 땐 취미가 없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면서도 "그냥 연기하는 것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성민은 형사록 시즌2 속 택록의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1971년 영화 '더티 하리'를 참고했다. 하얀색 셔츠에 빨간색 니트조끼, 헤링본 재킷을 걸친 모습은 50·60대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포인트다. 다만 이성민은 형사록이 '아저씨' 시청자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 다리를 놓는 작품이길 꿈꾼다. 어느덧 만 54세, 선배 혹은 어른의 위치가 익숙해진 그는 세대 차를 뛰어넘어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제 윗세대가 가진 현명함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친구들이 보기엔 저 역시 기성세대인데, 그들을 '꼰대'라고 제외하는 게 아니라 같이 놀고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택록이 후배 형사들을 믿고 보여준 모습은 그렇게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죠."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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