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륜거와 챗GPT
증기기관과 제직기가 등장하면서 산업혁명은 시작됐고,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디지털 산업이 꽃을 피었다. 이러한 개혁의 역사가 철도 산업에도 있었고, 지금 우리 눈앞에도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첫 개항 항이며 서울의 관문인 인천항은 1883년에 개항했다. 인천항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13개 나라가 영사관을 만들고, 천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도 생겼다. 1887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자 최초로 커피를 팔았던 대불호텔이 문을 열었고, 일본식 여관인 아사히야여관 등 10여 개의 서양식 호텔과 일본식 여관이 있었으니 인천의 지역경제가 얼마나 성업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1899년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서울까지 사람이나 물자를 이동하는데 작은 배나 인력거를 이용하면 하루가 걸렸으나 철도를 이용하면 2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인천에 머무르는 외국인의 수가 줄어 들었고 호텔과 조선소, 인력거, 식당 등이 서서히 침체기를 맞게 됐다. 평온한 경제 질서를 깨뜨려버린, 검은 연기와 시뻘건 불을 내뿜고 천지를 진동하는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달리는 화륜거가 무서웠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철도는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가 마주한 챗GPT로 대표되는 변화 역시 인천항의 개항 때와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빠른 발전과 경쟁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도 신기술이 가져 올 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저 잘 될 거라는 안일한 대처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공지능은 사무직이나 전문직은 물론 예술가나 창작가의 직업까지도 위협하고 있고, 전기자동차는 기존 가솔린자동차의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고 있으며, 생활과 밀접한 많은 사업과 서비스들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전됐고, 가상현실은 영화나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사무, 제조, 서비스 현장은 물론 정밀한 의료 수술까지도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경영자가 앉아서 천리를 볼 수 있도록 ERP, SCM 시스템도 하루가 다르게 통합되어 발전하고 있다. MZ세대의 트렌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마케팅이나 영업에도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이 대세다.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은 소리 없는 총성이 되어 각 국가 간 산업전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우리 사회, 경제,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4년간의 신제품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길 수 있도록 신기술 기반 경영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매출의 일정액을 디지털 전환(DX)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자신의 시간 중 상당분을 신기술을 습득하고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데 사용해야 비로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경영혁신은 프로세스 혁신이었으나 지금의 경영혁신은 ‘신기술 적용 혁신’이다.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는 IT 신기술이 있고, 변화를 선도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숙련도를 넘어서 ‘혁신 마인드를 갖춘 차세대 인적 역량’이다. 진정한 ‘비즈니스 디지털 레볼루션(BDR, Business Digital Revolution)’은 IT, 경영, 혁신의 융합에서 출발한다. 융합을 통해 도전을 기회로, 기회를 번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강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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