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리고, 돌려막고, 조작하고…이런 사모펀드 ‘즉시퇴출’ 추진

이재연 2023. 8. 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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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페이퍼 컴퍼니'가 발행한 사모 사채를 펀드 자금으로 인수했다.

대주주를 돕기 위해 운용사가 펀드 자금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ㄷ운용사는 한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해당 펀드에서 페이퍼 컴퍼니가 발행한 사모 사채를 편입하도록 했다.

일단 운용사 펀드에 고객 자금이 남아 있을 경우, 운용사를 퇴출시키기 전에 이 펀드를 다른 운용사로 옮겨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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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경. 신소영 기자

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페이퍼 컴퍼니’가 발행한 사모 사채를 펀드 자금으로 인수했다. 경로를 추적해보니 이 자금은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운용사의 대주주인 ㄱ회사 관계자들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회사인 ㄱ회사는 당시 자금난에 처해 있었다. 대주주를 돕기 위해 운용사가 펀드 자금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본시장법은 펀드와 운용사 대주주 간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어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운용사를 전수검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불법행위 의심 사례를 1일 발표했다. 사모펀드 전수검사는 라임 사태를 계기로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일부 운용사는 부실 사업장을 정상 사업장으로 둔갑시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ㄴ운용사는 시공사의 부실로 대체펀드 사업장의 공사가 중단됐는데도 자산운용보고서에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런 뒤 이 보고서를 이용해 같은 시공사가 맡은 다른 사업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부실 펀드를 은폐하기 위해 ‘자금 돌려막기’를 한 사례도 있었다. ㄷ운용사는 한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해당 펀드에서 페이퍼 컴퍼니가 발행한 사모 사채를 편입하도록 했다. 다른 펀드를 통해 같은 페이퍼 컴퍼니에 투자한 뒤, 이 투자금으로 부실 펀드가 편입한 사채를 상환해주는 식이었다. 투자자들에게는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속여 200억원을 유치한 뒤 이를 부실 펀드에 투입한 경우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업계 전반의 불법행위가 심각하다고 보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는 즉시 퇴출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금감원 소관인 관련 규정 시행세칙을 고칠 계획이다. 이들 불법행위의 기저에 2015년 당시 규제 완화로 ‘낮아진 진입장벽’과 ‘높은 퇴출장벽’이 있다고 본 것이다. 2020년 7월 이후 최근까지 새로 진입한 사모운용사는 156곳에 이르는 반면, 자진폐지하거나 등록취소된 사모운용사는 4곳에 그친다.

다만 ‘즉시 퇴출’ 제도를 도입하는 데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과제도 적지 않다. 일단 운용사 펀드에 고객 자금이 남아 있을 경우, 운용사를 퇴출시키기 전에 이 펀드를 다른 운용사로 옮겨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인계받을 의사가 있는 운용사 후보를 물색하는 동시에 다양한 투자자의 이해관계도 조율해야 하는터라 절차가 간단하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 때 펀드 판매사들이 가교 운용사를 설립해 펀드를 인계받은, 몇 안 되는 사례가 있을 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운용사 제재를 강화함에 따라 업권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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