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의 연기인생에 이병헌이 끼친 영향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어썸이엔티

배우 박서준(34)이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선배 이병헌과 강렬한 연기 호흡으로 시너지 효과를 폭발, 색다른 얼굴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박서준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서 소시민 민성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 주민으로서 생존자들이 몰려드는 상황을 마주하며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냉혹한 현실에 놓인 인물의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와 아내 명화(박보영)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가장의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박서준은 황궁아파트 임시 주민대표 영탁 역의 이병헌과 인상 깊은 조합을 완성, 이목을 끌었다. 박서준은 "이병헌 선배님의 찐 팬이라, 제가 먼저 엄태화 감독님에게 강하게 어필했다"라는 출연 비하인드를 들려줬던 만큼 '연기 장인' 선배의 뒤를 따라 역대급 앙상블을 만들었다.

꿈에 그리던 이병헌과의 첫 협업은 어땠을까. 박서준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병헌 선배님과 같이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한 컷 찍고 모니터를 확인할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났다. 제가 남다르게 느낀 것처럼 관객분들에게도 고스란히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선배님의 과거 회상신은 제가 현장에 있지 않아서, 감독님에게 보여달라고 따로 부탁을 드려서 본 적이 있다.  선배님의 팬이라서 작품을 다 봤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 있어서 그것 자체로 좋은 영향을 받았다. '선배님에게 또 이런 얼굴이 있구나. 재밌다' 감탄했다. 이렇게 경력이 많으신 분인데 아직도 새로운 얼굴이 있어서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나한테도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새로운 게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과 작업하며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박서준은 "현장에서 이병헌 선배님께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어떻게 연기하시나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점들이 있었다. 아이디어도 굉장히 많고 역시나 촬영장에서 대본을 보시지 않으시더라. 이미 다 생각을 해오셔서. 저도 저만의 방식이 있을 거 아니냐. 선배님의 집중력, 표현하시는 것들을 제 스타일과 비교해 보면서 나는 잘하고 있는 건가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정답이랄 게 없는 거니까 내가 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자신감을 갖게 된 순간들이 있었다"고 촬영 당시 느낀 깨달음을 전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박서준은 대선배 못지않게 연기에 진심인 마음을 수시로 엿보게 했다. 그는 "촬영에 임하기 전에는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고 출발한다. 근데 막상 현장에 맞는 옷을 입고 진짜 같은 세트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감정들은 너무나 다르다. 제가 아무리 이전에 고민을 많이 하고 간다고 한들, 현장에서 리허설할 때 집중하는 이 시간이 정말 더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항상 내 생각에 갇히지 않으려 하고 열어 두고 하려는 편이다. 그래야 리허설 때 모든 조각이 맞춰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픈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든 한 커트가 다 모여서  한 작품이 되는 것인데 그래서 저는 작품이 '생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동적인 연기로 생물처럼 어우러져 하나로 완성되는 것 같다. 저는 한 작품 한 작품을 다 굉장히 중요한 인연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앞으로의 제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은 대표작으로 남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텐데 그런 평가에 별로 연연해하지 않는다. 그렇게 쌓여온 게 제 필모그래피이고 앞으로 또 어떤 인연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순간순간 충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자신만의 연기철학을 밝혔다.

공무원 민성을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체중 7kg 감량을 자처하는 노력을 쏟기도. 박서준은 "재난 상황이기도 하고 민성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근육질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도 무난하게 입고 패션에 너무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닐 거 같고. 그래서 몸무게 7kg을 뺐다. 감독님도 좋은 생각인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제가 원래 컨디션이 좋은 몸무게가 76kg 정도인데 거기서 살이 빠지고 폭염에 촬영하다 보니까 회복이 힘들었다. 하지만 감량을 해야 연기하기 좋을 것 같았다. 역할 표현이 1순위이기 때문에, 그게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해 박서준은 "모두가 더위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패딩을 벗어던진 순간 굉장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번 작품도 열심히 촬영했기에 후련한 마음이 더욱 컸다. 또 한 작품 잘 마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목부터 진짜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 두 단어를 조합할 수 있지?' 신선함에 시나리오의 첫 장을 열면서부터 기대감이 차올랐는데 마지막 장까지 그 기대감을 충족시킨 대본이었다. 빨리 이 현장에 가고 싶었고 내가 어떤 상황에 놓일지 기다려졌다. 결과물도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이기에 모두가 충분히 기대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름 시장에 개봉작이 상당히 많은데 한편으론 다른 장르의 좋은 선택이 될 영화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사회 때 보니 충분히 그럴 만한 영화라는 자신이 더 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병헌과 박서준의 열연이 돋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