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올린 기업이 고물가 범인?…한국, '탐욕 인플레' 없었다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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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나타난 '탐욕 인플레이션(greedinflation)' 현상이 한국에선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유로지역 등에서는 기업이 가격을 크게 높여 많은 이윤을 가져간 것이 고물가의 원인이 됐지만 한국에선 이와 달리 기업이 고통분담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을 지나면서 원가 압박을 받은 기업이 가격을 과도하게 높여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했고, 이것이 고물가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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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나타난 '탐욕 인플레이션(greedinflation)' 현상이 한국에선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유로지역 등에서는 기업이 가격을 크게 높여 많은 이윤을 가져간 것이 고물가의 원인이 됐지만 한국에선 이와 달리 기업이 고통분담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 물가동향팀 장병훈·송상윤 과장, 임웅지 차장 등은 한은 블로그에 1일 게재한 '기업이윤과 인플레이션: 주요국과의 비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소비자물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민간소비지출 디플레이터의 상승률을 피용자보수(임금), 영업잉여(기업 이윤), 세금, 수입물가 등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기여도를 확인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4%의 소비지출 디플레이터 상승률 중 기업 이윤의 기여도는 -0.16%포인트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하락에 기여했다. 임금 기여도도 -0.01%포인트였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수입물가로, 전체의 4.39%포인트가 해당했다.
이는 미국 및 유로지역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전체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률 6.3% 중 3.73%포인트가 기업 이윤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수입물가는 오히려 디플레이터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유로지역은 작년 4분기를 기준으로 물가 상승의 절반 가량이 기업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탐욕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탐욕이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을 지나면서 원가 압박을 받은 기업이 가격을 과도하게 높여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했고, 이것이 고물가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일부 기업의 과도한 가격 정책을 비판하면서 사용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언급한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은 한국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전쟁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으로 봤다. 가계·기업이 과도한 임금 및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고통을 분담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전기와 가스요금을 억누르면서 '전기·가스·수도업'의 기업 이윤 기여도가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부담이 요금에 적게 반영되면서 기업이 가격을 높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올들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수입물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기업 이윤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라면 값을 예로 들며 기업의 가격 인하를 언급한 것도 이같은 상황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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