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철근 누락 아파트 가보니 "무서워 못 살겠다…누가 이 집 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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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근 누락이 동일하게 발견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단지 15곳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도 있지만 준공이 완료됐거나 입주까지 끝난 단지도 상당수라 주민들의 불안이 극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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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동의 없이 명단 공개도 '분통'
[남양주=뉴시스] 강세훈 이예슬 기자 = "주차장 바로 위 1층에 살고 있어 더 불안하네요. 아이 키우려고 대출 받아 들어온 집인데 뉴스에 부실 아파트라고 나왔으니 이 집을 누가 사겠어요. 불안감 때문에 이사가고 싶지만 실거주 의무가 있어서 나가지도 못해요. 당장은 어떻게 보강 공사가 이뤄지는지 지켜보고 있는데, 입주민들 사이에선 집단 소송 얘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남양주 별내 A25블록 입주자 박모씨)
정부가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근 누락이 동일하게 발견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단지 15곳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도 있지만 준공이 완료됐거나 입주까지 끝난 단지도 상당수라 주민들의 불안이 극심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LH가 입주자들과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아파트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일 오후 찾은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별내퍼스트포레아파트(남양주별내 A25 블록) 지하주차장에는 보강공사를 위한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여러 군데 설치돼 있었다. 전날 공개된 철근 누락 공공주택단지 15곳 중 입주가 완료된 5곳에 속한 단지다. 국토부와 LH 조사에 따르면 이 단지 지하 주차장 기둥 302개 중 126개의 철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대에는 입주민들의 불안을 염려한 듯 "본 잭서포트는 구조물의 붕괴 우려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 보강공사에 앞서 입주자 여러분의 안전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임시 가시설임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글귀가 붙어 있었다.
전날 명단에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은 만큼 외부인의 출입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려는 취재진을 제지하는가 하면 "공사장 내 불법출입한 외부인은 법적 조치 예정"이라는 내용의 안내문도 부착돼 있었다.
온라인 입주자카페 등에서는 철근 누락 사실이 대대적으로 공개된 것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실 아파트로 낙인이 찍혀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봐서다.
또 다른 입주 완료 단지인 '초롱꽃마을 3단지(파주운정 A34블록) 입주자 A씨는 "철근 누락으로 몰래 보수공사를 하면서 도색작업이라고 거짓말을 해도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바로 이사 갈 수 있는 주민이 없으니 철근 누락을 할 만도 하다"며 "이 사건으로 아파트 주민들도 좀 분열돼 있다. 무너질 만큼 빠진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실시공을 알면서도 도색작업을 한다고 거짓말 한 데 대해 분노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음성금석 A2블록의 입주자 B씨는 "이미 입주를 했는데 철근이 80%나 없다니 날벼락을 맞았다"며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어서 살 수밖에 없지만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단지는 기둥 123개 중 101개의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파주운정3 A23 입주자 C씨는 "입주예정자 의사 확인도 하지 않고 사전 동의 없이 LH 사장이 공개를 결정했다고 한다"며 "공개해서 생기는 여파보다 미공개로 생기는 불신이 더 크기에 공개했다는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입주자 D씨는 "말씀대로 동의 없이 공개했으니 확실하게 해결해 줬으면 한다"며 "재시공으로 가닥을 잡고 진행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재시공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안단테(LH 브랜드), 하우스D(시공사 대보건설의 브랜드) 모두 떼고 이름을 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 아파트 이미지가 실추된 만큼 이름이라도 관련성 없이 가는 게 좋겠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신속하게 보강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5개 단지 중 7개 단지는 조치에 들어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보강조치가 완료되면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을 통해 정밀안전점검을 거치는 등 안전 확보에 한 치의 우려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간이 발주한 무량판 구조에 대해서도 국민 불안이 없도록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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