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수컷 없이 출산한 초파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단성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연구에서 사용된 곤충인 초파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전자가 조작된 암컷 초파리가 수컷 없이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조작을 가한 동물이 단성생식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과학계에 따르면 알렉시스 스펠링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단성생식에 필요한 유전자를 확인하고 출산에 성공한 연구 결과를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단성생식은 정자와 융합하지 않은 난자가 자체적으로 활성화되는 현상이다. 동물 중에선 곤충과 같은 무척추동물의 일부에서 단성생식이 일어난다. 드물게 어류와 양서류에서도 관찰된다. 생존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서 단성생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동물에게서 단성생식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초파리의 유전자 분석에 나섰다. 단성생식을 하는 초파리와 수컷과의 교미로 생식하는 초파리 알의 유전체를 비교했다. 생식능력이 일어날 때 발현하는 유전자를 확인해 단성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 44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다른 초파리 개체에서 단성생식을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인 초파리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단성생식을 하는 초파리와 유사한 형태로 유전자를 조합했다.

그 결과 유전자 변형을 가한 초파리 일부는 단성생식에 성공했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초파리를 분석한 결과 어미 초파리로부터만 유전자를 받았지만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았다. 태어난 새끼와 어미 초파리는 염색체의 개수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단성생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단성생식으로 번식하는 해충들을 막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를 이끈 스펠링 교수는 "영국에선 살충제에 오랫동안 노출된 나방 종이 단성생식을 통해 번식하기 시작했다"며 "단성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이번 연구는 병충해 억제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