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이 소환한 과거 노인비하 발언… 후폭풍에 혁신위 흔들

김세희 2023. 8. 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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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60∼70대 투표 쉬셔야'
유시민 '60세 넘으면 멍청해져'
조응천 등 당내서도 김은경 비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0일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김은경(사진) 위원장의 잇단 설화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여명 비례투표(남은 기대 수명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 것)' 발언은 노인 비하로 해석돼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당을 혁신하러 온 인사가 맞느냐'는 비판이 당내에서조차 거세다. 혁신위가 좌초할 경우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투표' 발언은 민주당 인사들의 과거 노인 비하 발언을 소환했다. 노인과 관련한 설화가 민주당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2004년 3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해 역풍을 맞았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같은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윤종승(79세)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노익장이 무슨 뜻인 줄 아느냐.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인데 일을 하려고 하나"라고 말했다 국민적 공분을 샀다. 유시민 전 장관도 같은 해 11월 강연에서 "50대에 접어들면 죽어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며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1년 부모님이 투표를 못 하게 여행을 보내드렸다는 트위터 메시지에 "진짜 효자"라고 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6·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윤호중 당시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송기윤(70) 국민의힘 증평군수후보를 향해 "일흔이 넘으셨으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시기는 좀 그렇지 않나. 하시던 일을 계속 쭉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들을 소환해 공세에 나섰다. 휴가 중인 김기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노인 비하·폄하 DNA', 그 비뚤어진 고질(痼疾)은 못 고친다"며 "선배 세대 어르신들께서 온갖 고초를 겪으시며 일궈낸 기적 같은 성취에 대해 단 한 줌의 경외심이라도 있다면, 김 위원장의 저런 폭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노인폄하 발언의 긴 역사를 가진 정당"이라고 상기했고, 이철규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의 현대판 고려장, 노인 폄하 발언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가 하루 뒤 입장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 구태 프레임"이라고 방어하려 했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내 반발도 거세다. 이상민 의원은 한 공중파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굉장히 몰상식하고 반상식적인 얘기"라며 "그런 인식과 자세로 과연 민주당의 혁신을 앞장서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비난했다.

조응천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라며 "(김 위원장의) 그 말은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혁신위는 코너에 몰렸다. '김은경 혁신위'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공천룰 손질'을 예고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 의원은 "이미 전당원 투표로 다 확정된 건데 손 보는 게 가능할 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하는 지 지금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좌초가능성 마저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혁신은 커녕 국민의 눈높이게 맞지 않는 발언으로 계속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혁신위가 온전히 이 대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혁신기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김 교수에게 위임하겠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결국 혁신위가 실패하면 이 대표의 리더십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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