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이 소환한 과거 노인비하 발언… 후폭풍에 혁신위 흔들
유시민 '60세 넘으면 멍청해져'
조응천 등 당내서도 김은경 비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김은경(사진) 위원장의 잇단 설화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여명 비례투표(남은 기대 수명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 것)' 발언은 노인 비하로 해석돼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당을 혁신하러 온 인사가 맞느냐'는 비판이 당내에서조차 거세다. 혁신위가 좌초할 경우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투표' 발언은 민주당 인사들의 과거 노인 비하 발언을 소환했다. 노인과 관련한 설화가 민주당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2004년 3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해 역풍을 맞았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같은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윤종승(79세)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노익장이 무슨 뜻인 줄 아느냐.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인데 일을 하려고 하나"라고 말했다 국민적 공분을 샀다. 유시민 전 장관도 같은 해 11월 강연에서 "50대에 접어들면 죽어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며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1년 부모님이 투표를 못 하게 여행을 보내드렸다는 트위터 메시지에 "진짜 효자"라고 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6·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윤호중 당시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송기윤(70) 국민의힘 증평군수후보를 향해 "일흔이 넘으셨으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시기는 좀 그렇지 않나. 하시던 일을 계속 쭉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들을 소환해 공세에 나섰다. 휴가 중인 김기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노인 비하·폄하 DNA', 그 비뚤어진 고질(痼疾)은 못 고친다"며 "선배 세대 어르신들께서 온갖 고초를 겪으시며 일궈낸 기적 같은 성취에 대해 단 한 줌의 경외심이라도 있다면, 김 위원장의 저런 폭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노인폄하 발언의 긴 역사를 가진 정당"이라고 상기했고, 이철규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의 현대판 고려장, 노인 폄하 발언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가 하루 뒤 입장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 구태 프레임"이라고 방어하려 했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내 반발도 거세다. 이상민 의원은 한 공중파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굉장히 몰상식하고 반상식적인 얘기"라며 "그런 인식과 자세로 과연 민주당의 혁신을 앞장서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비난했다.
조응천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라며 "(김 위원장의) 그 말은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혁신위는 코너에 몰렸다. '김은경 혁신위'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공천룰 손질'을 예고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 의원은 "이미 전당원 투표로 다 확정된 건데 손 보는 게 가능할 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하는 지 지금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좌초가능성 마저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혁신은 커녕 국민의 눈높이게 맞지 않는 발언으로 계속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혁신위가 온전히 이 대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혁신기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김 교수에게 위임하겠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결국 혁신위가 실패하면 이 대표의 리더십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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