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이어 실무진도 ‘외부인’…통일부 인적 구성 확 바꾸나
통일부가 80여명을 감축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하며 북한인권 분야를 중심으로 외부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차관과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모두 외부인으로 교체한 연장선상에서 통일부 역할을 뜯어고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1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대화·교류·협력 기능을 사실상 해체하고 북한인권 및 정보분석 역할을 강화하는 통일부 조직개편안은 기존 인력을 80여명 감축하고 외부인을 채용하는 대규모 인적개편과 맞물려 논의되고 있다.
통일부는 일부 보직에 외부인을 수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8일 문승현 차관의 조직개편 방향 발표 당시 기자들과 만나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는 외부 인사를 과감히 영입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외부인 영입이 거론되는 조직은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인권인도실이다. 통일·대북정책의 주요 과제로 북한인권 개선을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통일부의 북한인권 업무 전문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당장 북한인권 전문가 몇 사람을 조직 내에 들여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권인도실은 외부인을 받아들일 만한 조직 규모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조직개편 때 인도협력국에서 인권인도실로 급이 격상되며 실장을 보좌하는 국장급 정책관 두 자리가 신설되는 등 조직이 커졌다. 사표를 제출한 통일부 1급 6명 중 1명인 인권인도실장 자리도 외부에 개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통일부에서 정세분석국이 맡은 북한 정보분석 기능도 강화되며 외부인이 올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8일 “외부 인사 영입은 정보 분석 분야에서도 고민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강화돼야 할 부분은 정보분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나 통일부 내에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통일부 내부 인력을 감축하며 외부인을 들여오는 방안은 통일부 역할과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꾸라는 윤 대통령 지시와 무관치 않다. 기존의 통일부를 “대북 지원부”라고 비판한 윤 대통령 인식에는 남북 대화·교류·협력을 중점적으로 추진한 통일부 관료들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통일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모두 이례적으로 외부인을 기용한 데 이어 통일부 주요 실무 보직까지 외부에 맡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통일부 핵심 보직인 통일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 자리는 외부에 개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통일정책실은 가장 핵심 부서이고 기획조정실은 조직 운영을 맡아 외부 인사가 (담당)하기 어렵다”며 “통일부 내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계 부처들과)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조직개편 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달 말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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