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같은 과밀학교, 서울은 강남구가 1위.."적정 학생수 배치해야"
초등학교 1학년 교사가 교내서 사망한 서울 서이초등학교의 학생 과밀 상태가 수년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 저학년 교사의 특성상 각종 민원에 시달리는 고충이 학생 수가 많을 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교육부가 국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0~2022년 전국 공립초 과밀학교' 자료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이초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과밀학교 상태다. 이는 교육부 기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1개 이상인 학교를 의미한다.
전국으로 보면 학생 수가 줄면서 과밀 초등학교가 점차 줄고있는 추세다. 2020년 1837개교에서 2021년 1718개교, 지난해에는 1418개교가 과밀 상태로 조사됐다.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 초등학생은 38만1508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2057명 감소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처럼 대단지 아파트와 학원이 밀집한 소위 '학군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과밀학교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19개교)다. 서초구(14개교)와 양천구(10개교)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 3월 기준으로도 서울 초등학교 604개교 중 80개교(13.2%) 가 과밀학교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며 일시적으로 학생 수가 줄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선 '콩나물 교실' 상태가 지속됐다. 학교가 서초구의 유명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어 인구가 많은데다, 인근 타 학교보다 교통과 학군 등을 이유로 학부모들의 서이초에 대한 선호가 높아서다.
서이초는 2021년에 과밀학급이 4개 학급에서 지난해에는 38개 학급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3월 서이초 1학년 급당 평균학생수는 25.6명, 2학년은 32.7명이다. 서울시 전체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인원(22.2명)은 물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초등 21.1명)를 훨씬 웃돈다.
특히 교사가 숨진 서이초 1학년 교실의 경우 많아진 학생 수에 맞춰 급식실을 일반교실로 전환하면서 창이 없는 외딴 장소에 위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사가 1학년 담임을 맡은 후 위치 변경을 세 차례나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과밀학교라 공간 조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어 학생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같은 단지 아이들 중 일부를 인근 서일초로 분산 배정하면 큰 대로변을 가로질러 통학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의 초등학교 배정 기준 상 도보 30분 이내 학교인 서일초로 분산 배정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선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학생수가 많고 민원이 잦은 강남 지역은 초임 교사들에겐 '무덤'으로 불리며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담임 교사가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생 저학년은 학부모들이 맞춤형 돌봄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교사들의 고충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아이들 수가 많을수록 교사 한명이 학생에게 쏟을 수 있는 상담이나 지도 시간이 줄어든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은 수업 40분동안 아이가 집중해 잘 앉아있는지, 통학로가 안전한지 등 (세밀한 부분까지) 학부모들의 걱정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정 학생수 20명을 법제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학령 인구 감소와 과밀이 복합된 불균형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듈러(이동형 조립식) 교실과 서울형 분교를 추진 중이다. 폐교 지역 학생의 통학을 돕고,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불균형 배치 문제가 있어 GPS(위성항법시스템)에 기반한 엄격한 균형 배치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강남·서초 지역은 과밀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듈러 교실 설치를 여러번 시도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서이초도 2026년 8월 말 준공을 목표로 증축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라 교실이 8~9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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