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도 넘은 뉴진스 '아이폰' 마케팅 이유 있네…'갤Z플립5' 인기 심상찮다
뉴진스, 음악방송서 대놓고 '아이폰 퍼포먼스'…애플, '플립5'에 MZ 고객 뺏길까 '근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 강남만 해도 방문객 대부분이 '갤럭시Z플립5'를 경험하기 위해 찾는 것 같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 고객들이 '갤럭시 언팩' 전보다 눈에 띄게 많아진 것 같아요."
지난달 31일 저녁 8시 30분. 삼성 강남이 문을 닫기 30분 전임에도 불구하고 1층 매장에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에선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전작보다 외부 화면이 커진 '갤럭시Z플립5'를 만지작 거리며 신기해 했다.
이날 함께 매장을 방문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히 여성 방문객들이 '갤럭시Z플립5'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민트색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1일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폰 '갤럭시Z5' 시리즈의 인기가 심상찮다. 특히 삼성전자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앞세운 '갤럭시Z플립5'가 본 판매 전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사전 판매 라방서 '역대급' 기록…10대 중 7대 '갤Z플립5'
실제로 삼성전자가 이날 오전 12시부터 새벽 1시 40분까지 '삼성닷컴'에서 사전 판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결과, '플립5'와 '폴드5'는 각각 70%와 30%의 판매 비중을 나타냈다. 또 '플립5'의 선전 덕분에 삼성전자는 이날 약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방송에서 폴더블폰 역대 최다 판매 신기록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갤럭시Z플립4·폴드4'의 1.9배가 넘는 숫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1년 8월 '갤럭시Z플립3·폴드3'부터 사전 판매 시작과 함께 '삼성닷컴'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며 "이번이 세 번째 폴더블폰 라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판매 모델은 총 3종으로, '플립5·폴드5' 256GB 모델과 삼성닷컴 전용 모델인 '폴드5' 1TB 모델을 진행했다. 특히 '폴드5' 1TB의 경우 '폴드5' 전체 판매의 35%를 차지해 고용량 스토리지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색상은 '플립5'의 경우 민트 색상의 선호도가 높았다. 삼성닷컴 전용 색상인 옐로우와 그린의 인기도 좋았다. '폴드5'에선 아이스 블루 색상의 반응이 가장 좋았고 삼성닷컴 전용 블루 색상의 인기도 높았다. 현재 삼성닷컴에서는 '플립5'의 경우 총 8가지, '폴드5'의 경우 5가지 색상을 판매하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플립5·폴드5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사용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데 성공한 듯 하다"며 "'플립5'는 기존 대비 확 커진 커버 스크린과 디자인에서, '폴드5'는 얇아진 두께와 무게 등에서 소비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역대급 사전 구매 혜택이 더해진 것도 폴더블폰 사전 판매 신기록을 달성하는데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사전 판매 혜택으로 256GB 모델을 구입하면 512GB로 모델을 제공하는 '더블 스토리지 혜택(기본 스토리지 2배 업그레이드)'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512GB 모델은 사전 판매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토리지 더블업 혜택이 고용량 스토리지를 원하는 최근 소비자 사용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며 "삼성전자가 '폴드5' 1TB의 경우 사전 구매 고객에게 '갤럭시 워치6 44mm 블루투스' 모델을 증정하는 것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재폰' 탈출 나선 삼성…'갤Z플립5' 앞세워 MZ 공략 총력
삼성전자는 그동안 '삼성폰=아재폰'이란 인식이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내부적으로 적잖게 속앓이를 해 왔다. 국내에선 이 같은 추세가 더 심각한 데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18~29세 연령대는 아이폰을 65%로 가장 많이 사용했다. 전년 대비 13%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률은 32%로 종전 44%보다 12%p 하락했다. 젊은 '갤럭시폰' 이용자들이 거의 대부분 '아이폰'으로 갈아탄 것이다.
이 탓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갤럭시 언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아이폰을 안 쓰면 '왕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성폰이 젊은 층에게 인기가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돌직구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 사장은 노련하게 '플립5'를 앞세우며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맞받아쳤다. 노 사장은 "'플립5'는 젊은 층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라며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여러 핵심 기능들이 탑재돼 있고, 앞으로 더 레벨업 할 수 있는 작업을 가속화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노 사장의 '플립5'를 통한 젊은 층 공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고 봤다. 또 '갤럭시Z플립'이 인기를 끌면서 MZ 세대 사이에서 다소 노후화 된 '갤럭시' 브랜드 이미지와 존재감을 개선시키는 데 큰 효과를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Z폴드' 시리즈는 비즈니스 고객이,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트렌디한 젊은 층이 주로 선택하며 폼팩터(form factor·외형) 별로 '갤럭시' 고객층이 분산된 분위기"라며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출시 초기에는 기술력을 총동원한 '갤럭시Z폴드' 시리즈를 앞세웠지만, 브랜드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이젠 '갤럭시Z플립' 시리즈에 기술·마케팅력을 집중시켜 더 띄우려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0~20대의 선호도가 높은 아이폰을 견제하고 '삼성폰=아재폰'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플립5'를 앞세운 만큼 판매량에서도 '폴드5'를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Z4' 시리즈의 글로벌 판매 비중은 플립이 약 60%, 폴드가 약 40%로 집계됐다. 반면 '갤럭시Z5' 시리즈의 현재 글로벌 사전예약 추이는 노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예측한대로 플립 65%, 폴드 35%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플립5'가 예상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어 플립 70%, 폴드 30%로 비중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에 내놓은 '갤럭시Z플립3'이 내부 예상과 달리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이후 삼성전자도 MZ 세대 공략을 위해 폴드 대신 플립을 최전방에 내세우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이번 '갤럭시 언팩'에서 제품 소개 순서를 플립으로 먼저 정한 것도 내부에서 사실상 폴드 대신 플립을 주력 모델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폰15' 지연 전망에 속 타는 애플…'무리수' 마케팅으로 삼성 견제
이처럼 '갤럭시Z플립5'가 또 다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흥행 조짐을 보이자, 경쟁사인 애플은 무리수 마케팅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최근 공중파 음악방송에 출연한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통해 '아이폰14 프로'를 과도하게 노출시켜 간접광고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실제로 이날 SBS '인기가요'에 출연한 뉴진스는 신곡 'ETA' 무대에서 '아이폰14 프로'를 갑자기 꺼내 들어 멤버들끼리 스마트폰을 돌려가며 서로를 찍어줬는데, 2분 30초 가량의 무대에서 20초 정도를 간접 광고로 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과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음악방송에서 가장 집중도가 높은 엔딩에서도 뉴진스는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무대를 또 다시 연출했고, SBS 측이 '아이폰'임을 알아볼 수 있게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댔다는 점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방송 중에 대놓고 광고하니까 너무 보기 불편하다", "광고도 적당히 해야지. 음악방송에서 저 정도로 뉴진스가 단독 행동을 했다면 방송사고", "이건 제대로 선 넘었다", "홈쇼핑도 아니고 음악방송에서 저런 퍼포먼스를 하는 건 지나친 광고인데 제재 안하나"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뉴진스의 '아이폰' 마케팅은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개최일 5일 전에도 펼쳐졌다. 이들은 신곡 'ETA' 뮤직비디오를 통해 '아이폰14 프로'의 카메라 기능을 집중적으로 알린 데 이어 최근에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아이폰14 프로'의 액션모드 기능을 직접 홍보하고 나서 주목 받았다.
이처럼 애플이 뉴진스를 앞세워 '아이폰' 홍보에 무리수를 둔 이유는 차기작인 '아이폰15' 시리즈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애플은 최근 2년간 '아이폰' 신작을 9월에 공개했으나, 올해는 10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다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신기종) 아이폰15의 발매가 몇주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15' 시리즈의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홀(Hole)' 모양으로 새롭게 적용되면서 세계 최대 '아이폰' 조립 업체인 폭스콘이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상위 기종에 탑재하는 패널 양산의 지연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 디스플레이 주변 프레임 부분을 보다 가늘게 만들기 위한 신기술을 이번에 채택했는데, 시제품 단계에서 패널 공급사들이 애플의 요구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용 유기EL 패널은 주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해 동안 다양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한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14' 시리즈를 출시한 후 공백기가 길어진 상태"라며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계획도 예정과 달리 틀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갤럭시Z플립5'에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주춤하다 보니 올 하반기에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플립5'가 역대급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아이폰15' 시리즈를 예상대로 9월에 출시하지 못했을 경우 프리미엄폰 시장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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