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수입액 26개월만에 최저···‘불황형 흑자’ 두달째
국내 무역수지가 최근 두달째 흑자는 냈으나, 수출이 는 게 아니라 수입이 대폭 줄어든 덕이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등 일부를 제외하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품목의 수출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이 2년여만에 가장 낮은 액수를 기록하면서 ‘불황형 흑자’를 이어갔다. 정부와 업계는 글로벌 경기 회복 움직임에 따라 오는 4분기부터는 수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7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무역수지가 11억3000만 달러로 16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이후 두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수출과 수입 모두 줄어든 가운데 특히 수입액 감소폭이 커서 생겨난 ‘불황형 흑자’여서 반길 일만은 아니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602억 달러) 대비 16.5% 줄어든 50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0% 증가한 59억 달러로 가장 돋보였다. 대미 수출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품목인 전기차·양극재 수출이 103.4%·29.3% 늘어나는 등 호조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일반기계(3.2% 증가)와 가전(2.5% 증가)도 선방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품목들은 여전히 부진하다. 석유제품(-42%), 석유화학(-25%), 철강(-10%) 등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주력제품인 반도체 수출이 33.6% 줄면서 지난해 8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산업부는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큰 폭(-41.7%)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며 “메모리 감산 효과 가시화, DDR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 수요확대 등에 힘입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적인 전기차 유행으로 인해 한창 투자가 잇따르는 2차전지마저도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주가 이어지고는 있으나, 아직 생산라인 증설이 진행 중이라 수출 물량은 제한적인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별로도 중국(-25.1%), 아세안(-22.8%), 미국(-8.1%), 유럽연합(-8.4%), 중남미(-6.7%), 중동(-3.0%) 등 주요 권역을 향한 수출이 모두 줄었다. 다만 7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12억7000만 달러로, 지난 3월의 27억1000만 달러 적자 이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수출이 위축됐는데도 무역수지는 흑자를 낸 것은 수입이 더 급격히 줄어든 덕이다. 지난달 수입은 487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653억 달러) 대비 25.4%나 감소한 수치로, 수입액이 5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1년 5월 479억 달러 이후 26개월만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원유(-45.8%)·가스(-51.1%)·석탄(-46.3%) 등 주요 에너지 수입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무역수지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흑자기조 유지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교역 규모가 축소되면서 생겨난 흑자를 두고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무역적자 국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한 뒤 수출해서 먹고 사는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입액 감소가 아닌 수출액이 더 늘어난 데 따른 흑자가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가 꺾였다는 시그널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세계 경기 위축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국가인 독일·일본·중국·한국·베트남 등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3분기까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 추세가 이어지고 4분기 정도에서야 경기 반전의 시그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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